사진작가 김지연씨(62)는 2004년 진안 마령면에 들어왔다. '정미소 사진작가'로 알려진 그는 문 닫을 뻔한 정미소를 전시 공간'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로 꾸렸다. 배고팠던 시절, 정미소는 언제나 푸진 공간으로 기억됐다. 이젠 다 스러진 공간이 됐지만, 마을 공동체를 지켜가는 공간으로 남길 바랬다.
카메라를 둘러 메고 마을 곳곳을 둘러보니, 60대 어르신이 '젊은' 농부에 속했다. 자연에만 몸을 맡기고 울고 웃는 마지막 농부들을 담고 싶었다. 찰칵, 찰칵. 그가 찍은 농촌을 지키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분명한 희노애락은 없지만, 평생 하늘을 우러러 자연의 순리에 따라 정직하고 강건하게 살아온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당당함을 보여준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잖아요. 객관적으로 풍광을 읽어내고 싶었어요. 다소 밍밍하게 보일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보기 힘든 풍광을 담은 기록의 가치도 크지만, 그의 사진을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땅을 사랑하고 경외하는 농부의 '마음'을 길어올렸기 때문이다.
작가는 농촌을 지키는 사람들을 담아내면서 평범함 속에 숨은 소중한 가치를 깨우친다. 그 깨달음 덕분에 흙을 사랑하다 흙으로 돌아갈 사람들의 얼굴이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 사진전'농촌을 지키는 사람들' = 9월25일까지 진안 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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