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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의 목판화 인생 30년' 전주서 만나다

(사)마당 기획초대전 '새는 온몸으로 난다' 18일까지 교동아트센터 등 3곳서 전시회

흔히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한다. 판화가 이철수씨(56)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새는 좌우의 날개가 아니라 온몸으로 난다." 창공에서 힘찬 비상을 하는 독수리를 담은 대작'새는 온몸으로 난다'는 모든 생명에 저마다 온전한 세계가 담겼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농사꾼 같은 판화가 이철수가 11년 만에 판화 110여 점을 들고 전주 나들이를 왔다.

 

목판화 30년, 귀농 25년을 맞아 (사)마당이 기획한 초대전'새는 온몸으로 난다'에서는 '몸'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이념 대립이 아닌 '몸'으로 우리 현실을 이야기하지 못했던 데 대한 안타까움이 반영됐다.

 

"내가 옳다고 생각해 쓴소리를 할 때, 하고 싶은 일을 해도 여전히 버거울 때, 왜 이렇게 힘들까 스스로 묻곤 했죠. 답은 간명했습니다. 내가 삶의 주인 노릇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20년 전 서울 생활을 접고 충북 제천으로 들어가 시를 쓰고 농사 지으며 나무에 마음의 밭을 새기는 동안 그와 아내는 어느새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그간 쌓인 5000여 점 중 110여 점은 이번 회고전에, 500여 점을 골라 선집 '나무에 새긴 마음'(컬처북스)으로 펴냈다.

 

미술로 시대와 맞서 싸우면서 새긴 격렬한 선묘에 이어 일상의 깨달음을 군더더기 없는 목판화로 만나고 싶다면, 전주역사박물관을 거쳐 한옥마을로 넘어오는 것이 좋다. '거리의 역사를 기억하다'는 주제가 마련된 전주역사박물관에서는 암울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80~90년대 젊은 날의 그가 있다. 시위현장에서 낫을 쳐든 농군, 절규하는 여공 등을 그린 판화는 커다란 걸개그림으로 내걸렸다. '거친' 싸움에서 스스로 미워해왔던 폭력과 욕심을 배우게 됐다는 그는 90년대 사회운동가 장일순 선생의 권유로 농촌에 들어갔다.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기 어려운 시대, 다들 먹고살기 바빠서 혹은 욕심으로 뭔가 얻고 싶은 사람은 그걸 얻느라, 얻은 사람은 그걸 지키느라 자신이 소외되는 세상이죠. 농사 짓고 사는 살다 보면, 좀 나을까 했어요. 내가 그린 그림은 그런 반성문이죠."

 

한옥마을 내 공간 봄·교동아트센터에서는 섬세하면서도 힘찬 칼맛을 담은 그림에 조용한 여백, 가슴을 울리는 짧은 글귀가 새겨진 2000년대 이후 근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본인은 '농사 흉내'만 내고 있다지만, 그의 판화는 건강한 웃음을 잃지 않는 농부들의 삶과 닮아 있었다. 밭일하는 사람을 그린 판화에서는 밭고랑을 자기 지문으로 새겼다. 손이 문드러지도록 일한 농부들의 지문이 땅에 박힌 것만 같다. 노동의 숭고함이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의 다음 작업은 원불교 경전인 '대종경(大宗經)'을 판화로 옮기는 것이다. 우주의 충만한 지혜를 어떻게 풀어낼까 궁금해하는 기자에게 그는 답변했다. 자신이 그린 그림마저 마음속에서 태워보라고, 그저 우주에 충만한 삶을 보라고 말이다.

 

 

▲ 이철수 목판화 30주년 기획 초대전'새는 온몸으로 난다'=18일까지 전주역사박물관, 전주 한옥마을 공간 봄, 전주 교동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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