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황금 벌판…화폭에 옮긴 고향
9일 서양화가 박민평(71)씨는 군산에 갔다. 오랜 벗인 서양화가 오무균씨가 "그림 그리느라 애썼다"면서 "바람 좀 쐬라"고 초대한 나들이다. 전주 서신갤러리(관장 박혜경)가 개관 14주년을 맞아 그를 초대하면서 회고전 준비에 통 여유가 없었다.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자신의 화업을 정리하는 전시에 볼살이 더 빠진 것만 같다.
"내가 그림을 많이도 안 그린 것 같아요. 나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가 싶고, 이번을 계기로 더 열심히 공부하려는가도 모르겠고."
어릴적부터 넓은 평야와 아름다운 바다를 가슴에 안고 살아온 그에게 고향인 부안의 산과 바다, 들판은 화폭의 힘이 된다. 그에게 '산'은 사철 풍광 아름답고 풍요로운 곳. 언젠가 보았던 것 같은 친근감 있는 '산'을 그려왔다. 1960년대 야수파로 분류되는 실험적인 양식을 추구해오던 그가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산'을 주제로 구상과 추상, 전통성과 현대성, 강함과 유연함 사이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구축해온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다. 군더더기 없는 단순화된 형상으로 기억을 화폭으로 재구성하는 '산'은 여백의 아름다움이 강하게 느껴진다. 줄기차게 '산'만 그려왔던 그는 이번에 벼 익어가는 '황금 벌판'도 내놓았다.
"전주를 왔다갔다 하면서 봤던 김제 만경벌판의 색감이 좋았어요. 벼익은 거 보면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따복따복 물감 바르는 일 보다 특유의 거친 붓질로 평화롭고 따뜻한 들판을 그려내 잃어버린 고향과 시간을 되찾게 한다.
똑같이 그리는 그림 보다는 자신의 생각이 들어가 있는 그림을 강조해온 그는 매너리즘에 빠질 때는 있었지만, 붓을 놓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잘 그리고 싶은 의욕적인 생각만 갖고 지내온 거지요. 그림하고 살아온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신체적인 조건으로 붓을 못잡게 생기면 몰라도 계속 할 생각이에요. 그래야 맞지 않겠어요?"
노장의 열정은 끝이 없어 보였다. 서라벌예술대와 전주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열네 차례 개인전과 국내·외 전시에 참여했으며, 전라미술상, 전주시 예술상 미술부문을 수상했다.
△ 서신갤러리 개관 14주년 초대전 - 서양화가 박민평 = 12일 ~ 11월8일 전주 서신갤러리 전시장, 12일 ~ 12월6일 서신갤러리 분관(벤츠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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