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지도자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중국 프로축구 정규리그 우승을 맛본 이장수(55) 광저우 헝다 감독이 정규리그 2연패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장수 감독은 16일 중국 광저우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모든 감독의 목표는 우승 밖에 없다"며 "이제 내년에는 정규리그 2연패와 더불어 AFC 챔피언스리그 동반우승이 새로운 목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감독이 이끄는 광저우 헝다는 지난달 28일 치러진 중국 슈퍼리그(1부) 2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샨시를 4-1로 꺾으면서 18승7무1패(승점 61)를 기록, 2위인 베이징(승점 47)과의 승점 차를 14점으로 벌려 정규리그에서 4경기를 남겨 놓고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했다.
1998년 충칭의 지휘봉을 잡고 처음 중국에 진출한 이 감독은 두 차례 FA컵 우승(2000년 충칭, 2002년 칭다오)을 차지했다.
지난해부터는 광저우의 지휘봉을 잡고 2부리그 우승에까지 올해 정규리그 우승까지 통산 4회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이 감독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인 지도자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1부리그 우승뿐아니라 중국 프로축구 사상 처음으로 2부리그 우승 이후 곧바로 1부리그 우승까지 연출한 최초의 지도자로 이름을 남겼다.
이 감독은 "지난해 2부리그였던 광저우를 처음 맡았을 때 주변에서 만류도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 2부팀을 맡아보지 않으면 언제 해보겠나'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단주과 계약을 하면서 2년 내에 1부리그로 승격시키고 그다음 2년 내에 1부리그 우승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1년 만에 마무리했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어 "팀을 처음 맡고 시즌 초반 1승2무를 했을 때는 중국 언론에서 성적이 부진하니 경질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많았다"며 "외국인 지도자에 대한 견제가 많았지만 개의치 않고 꾸준히 나의 길을 걸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중국 선수들은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서 '같이'라는 개념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며 "때로는 강하게 다그치기도 하고 경기력이 떨어지면 이름값에 상관없이 과감하게 교체하면서 팀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구단은 올해 연봉과 별도로 선수들에게 1억위안(약 181억원)의 승리수당을 내걸면서 수당 배분의 전권을 이 감독에게 맡겼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이번 시즌 4경기를 남겨놓고 벌써 9천400만위안의 승리 수당을 챙겼다"며 "경기력을 우선으로 주전 멤버들을 정하다 보니 선수들이 코칭스태프의 말을 잘 따르면서 팀의 조직력이 살아났다"고 설명했다.
한국인 지도자로서 사상 처음 중국 슈퍼리그 우승을 차지한 이 감독은 다음 목표로 당연히 정규리그 2연패에 이어 AFC 챔피언스리그 동반 우승으로 꼽았다.
이 감독은 "베이징을 이끌면서 두 차례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섰지만 K리그 팀과는 수준 차이가 있어서 이길 생각을 못해봤다"며 "하지만 광저우의 현재 실력을 보면 K리그 팀들과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그는 "내년 시즌에 맞춰 2~3명의 선수만 더 보강하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내다볼 수 있을 것"이라며 "K리그 선수들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어서 이길 자신이있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K리그 복귀에 대해선 "현재로선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중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느낀 것은 중국 축구의 특징이 아직 실력은 K리그보다 낮지만 발전 가능성은 풍부하다는 것"이라며 "K리그는 좁은 곳에서 단조로운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새로운 일이 많이 생기는 중국 축구가 더 매력적이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또 "가장 중요한 것은 구단에서 지도자를 믿고 지원하는 것이다. 아직 K리그에서는 그런 면이 부족하다"며 "내가 있던 자리에서 떠났을 때 남긴 발자국이 깨끗하면 사령탑으로서 가장 명예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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