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뚝심 있는 화가 2명 '따로 또 같이'

'수묵화 운동' 송수남·'탄광촌 화가' 황재형 초청 / 도립미술관 '예술운동 현장의 작가들' 오늘 개막

▲ 송수남 作 '붓의 놀림'.
뚝심 좋은 황소를 연상시키는 한국화가 남천(南天) 송수남(75)씨와 텁수룩한 수염에 기골이 단단해 뵈는 서양화가 황재형(61)씨의 조우. 얼핏 봐서 잘 맞는 궁합일까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지만, 1980년대 수묵화 운동과 민중미술운동을 주도한 두 인물의 궤적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흥재)이 7일부터 4월14일까지 여는 '1980년대 예술운동 현장의 작가들'전의 조합은 공교롭다.

 

홍익대 교수를 역임한 뒤 50년 만에 전주 흑석골로 귀향한 남천 선생과 생애 처음으로 전북에서 개인전을 갖는 황재형씨는 예술의 근원을 묻던 작가들의 민낯을 만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따로 또 같이' 여는 전시에서 두 작가의 특장(特長)은 예외가 없다. '우리 시대의 수묵인'으로 꼽히는 남천 선생의 작품은 한국화의 방향을 심도 있게 탐구한 색다른 '이론서'라면, '탄광촌 화가'라 불리는 황재형씨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태백의 흔적을 섬세한 디테일로 살린 가슴 저릿한 '시'(詩)에 가깝다.

 

남천 선생은 선원근법이 사라진 평면, 중성적인 먹색의 사용, 군더더기 없는 선의 반복 등으로 표현한 현대적 수묵화 40여 점을 내놓는다. 200호가 넘는 '붓의 놀림'은 색동을 덧댄 뒤 색을 칠함으로써 한국화가 나아갈 길에 관한 오랜 고민을 역동력 있는 생명력으로 치환시켜 표현한 대작. 가로로 누워 있고, 세로로 서 있는 선 하나 하나를 통해 가장 우주적이고 영원한, 동양의 선(禪)을 만나볼 수 있게 된다.

 

생애 처음으로 전북에서 개인전을 갖는 황재형씨는 대작 위주로 50여 점을 추렸다. 중앙대 미대 재학 시절 황석영·김지하 등의 글을 접한 뒤 구로공단과 창원공단을 돌면서 고단한 노동자들의 실상을 들여다본 그는 1979년 탄광촌에 처음 정착했다.

 

광부로 일할 때 탄가루 날리는 갱(坑)에서 달게 나눠먹던 점심을 잊을 수 없다던 작가의 '외눈박이의 식사'는 배부른 이에게는 각성을, 고단한 이들에겐 위로를 전한다. 산업사회의 유배지로 간주되곤 했던 탄광을 통해 인간의 애환을 가감없이 드러낸 그의 작품은 탄광촌을 담고 있되 그것을 넘어서는 울림을 전한다.

 

석탄·흙·돌가루 등을 사용해 두툼한 질감을 넣은 작품도 있고 유화의 광을 매끈하게 살려 그린 작품도 있다.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있는 그림 속 주인공들의 눈망울은 우중충한 배경을 압도하며 빛을 발할 것이다. 개막식은 7일 오후 4시.

이화정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군산"기초의원 다치면 '두번' 챙긴다"···상해보상 ‘겹치기 예산’

자치·의회서난이 전북도의원 “전북자치도, 금융중심지 지정 위해 분골쇄신 필요”

자치·의회최형열 전북도의원 “지사 발목 잡는 정무라인, 존재 이유 의문”

사건·사고‘남원 테마파크 사업 뇌물 수수 의혹’⋯경찰, 관련자 대상 내사 착수

국회·정당도의회, 전북도 2036올림픽추진단 올림픽 추진 업무 집중 질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