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종 서울대 교수 '생명의 노래' 서울 갤러리현대서 24일까지
30여 년 붓질에 가속도가 붙은 것일까. 김병종 서울대 교수(60·한국화가)가 난생 처음 산수화를 꺼내 들었다. 고요한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그의 산수화는 '패러디'를 통해 개미·나무·복숭아 등 동물·사물을 부각시킨 이색적인 산수화.
24일까지 서울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생명의 노래-산수간(間)'은 그가 새로운 '생명의 노래'로 마음의 풍경을 옮긴 자리다. 시끌벅적하고 화려한 경향의 작품을 두고 그는 "시대가 광폭할수록 요구되는 것은 부드러움"이라면서 "전통 산수에서 쓰지 않는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변화무쌍한 생명의 표정을 담았다"고 했다. 산수를 모태로 보고, 생명체를 자궁처럼 포근하게 감싸도록 하면서 묵선 중심으로 그려지는 전통 산수에 반기를 들고 과감하게 색선을 끌어들인 것.
험준한 산맥 아래 개미 한 마리와 복숭아·닭을 그려넣은 '개미 산수'나 폭포 옆 커다란 연밥과 학을 담은 '연밥 산수' 등을 보고 있노라면 회갑을 맞은 작가라는 게 신기할 정도. 2006년 쿠바·브라질·멕시코 등 남미 7개국을 누비며 색(色)을 찾아가는 여행을 통해 강렬한 색감으로 생동감 넘치는 생명의 노래를 표현하기도 했다. 원주민 문화와 이주해온 유럽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을 여행하면서 받은 영감을 화폭에 담은 작품 또한 가일층 화사하고 선명하다.
그림이면 그림, 글이면 글 못하는 게 없는 그에게 고향 남원은 그에게 무수한 영감을 준 공간. 산에서 닭이 푸드덕거리고 들에서 진달래가 불타오르는 색채 선명한 땅에서 청춘을 보낸 그는 자유분방한 색에 탐닉한 중년을 거쳐 이제 틀을 깨버리되 그 틀을 깨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자유로워지는 흑발의 장년을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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