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전주에는 막걸리 촌이 여러 곳에 있다.
전주는 인근에 드넓은 곡창지대를 끼고 있는 데다 물이 좋고 술도가에 누룩을 공급하는 전북곡자회사가 자리해 예부터 막걸리 맛이 좋기로 이름났다.
막걸리의 필수 구성 요소인 '쌀+물+누룩'이 여느 곳보다 풍부했던 것.
그래서 삼천동, 서신동, 평화동, 효자동 등 권역별 막걸리 촌을 형성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삼천동은 단연 막걸리 촌의 원조다.
신선하고 푸짐한 안주로 유명했던 이곳은 1980년대를 고비로 줄어들었다.
경제발전과 함께 맥주와 양주에 그 자리를 내주고 인근 지역에 속속 막걸리 촌이 들어서면서 그 명성이 퇴색했다.
그러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하나둘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40여곳으로 늘어나 집적화됐다.
삼천 도서관에서 우체국에 이르는 200m 남짓의 거리에 형성된 막걸리 골목은 주당들의 '순례 1번지'.
집집이 특색을 띤 30가지 안팎의 안주를 내놓는 전주 특유의 상차림이 더해져 전국 주객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막걸리의 제 맛을 느끼고 싶다면 탁주로, 머리가 아플 것이 염려된다면 가라앉힌 맑은 술로, 달콤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탄산음료와 섞어 마셔도 좋다.
특히 술만 시키면 안주가 공짜로 계속 나와 서민의 허기진 배를 채워줬다.
'이렇게 팔아도 남느냐'며 손님이 오히려 주인을 걱정해주는 독특한 풍속도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을 정도다.
3병이 들어가는 기본 한 주전자(2만원)를 비우고 다시 한 주전자를 더 시키면 새로운 안주가 펼쳐진다.
주전자 주문이 늘어날수록 상에 깔리는 안주는 고급스러워지고 푸짐해진다.
밤이 되면 대폿집마다 불콰해진 손님들로 불야성을 이루는 이유다.
이처럼 국내는 물론 일본 등 외국 관광객들에게 명소로 널리 알려진 삼천동 막걸리 골목이 '원조'의 명성을 되찾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일대가 최근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거리 미관과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테마거리로 탈바꿈했다.
골목 입구에 설치된 상징 조형물은 주전자와 잔을 형상화, 이곳이 전주막걸리 촌의 본산임을 알린다.
특히 2006년 전주시가 '전주 국선생 막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그 명성이 널리 퍼져 전주의 독특한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삼천동 막걸리 골목의 유명세는 정부의 혁신모델로 채택된 데서도 확인된다.
2010년 정부의 '창조지역사업' 공모에 선정돼 3년간 총사업비 15억여원이 투입돼 막걸리 문화콘텐츠 개발, 상품개발, 골목 경관개선사업 등이 이뤄졌다.
이곳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박모(58.여)씨는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각지는 물론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거리 경관뿐 아니라 실내도 쾌적해져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화이트칼라는 물론 젊은 층과 여성에게까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전성시대를 맞은 삼천동 막걸리 촌.
하지만, 이곳 역시 획일화한 안주와 갈수록 치열해지는 생존경쟁에 직면했다.
다른 지역 막걸릿집들이 일류 한정식 식단보다 화려한 안주를 내놓는 등 대형화를 주도하는 바람에 경쟁에서 밀린 영세업체의 폐업도 늘고 있다.
삼천동 막걸리 촌이 이 같은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신선한 막걸리와 좋은 재료를 저렴한 가격으로 계속 공급하면 오히려 원조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응원의 목소리도 많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