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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가 웃다가 배꼽 빠지겠네

[리뷰]전주문화재단 마당창극 '천하맹인이 눈을 뜬다'

▲ 18일 오후 8시 전주소리문화관에서 열린 마당창극'천하맹인이 눈을 뜬다'공연 모습.

가장 비극적이어서 아름답다는 '심청전'에 관한 일설은 잠시 접어두자. 지난 18일 오후 8시 전주소리문화관에서 열린 첫 선을 보인 전주문화재단의 마당창극'천하맹인이 눈을 뜬다'는 일단 재밌다. 심청이(안숙선 역)와 심봉사(왕기석 역) 못지 않게 존재감이 빛나는 뺑파 어미(김성예 역)와 황봉사(이순단 역)의 거침없는 입담 덕분이다. 가수'싸이'의 말춤으로 등장하는 황봉사가 "비닐하우스로 가자"며 배꼽 아래 '변태'가 꿈틀거리는 몸짓으로 뺑파에 추파를 던지자 객석은 순식간에 웃음바다. 심청이와 심봉사의 눈물겨운 상봉이 이뤄지기 전까지 곳곳에 녹아든 웃음 코드가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했다.

 

'천하맹인'은 심봉사와 황봉사, 뺑파가 '황성 맹인 잔치'로 떠나는 애매한 동행길이 중심축을 이룬다. 창호문에 비치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산 넘고 물 건너는 이들의 그림자는 심 봉사 몰래 손을 잡고 입을 맞추는 뺑덕과 황봉사의 음탕한 짓마저도 아름답게 풀어진다.

 

뒤이어 황성을 향하는 전국 팔도 맹인들이 등장한다. 장님을 연출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쓴 맹인들의 화려한 장기자랑이 압권. 지역별 '아리랑'을 자유스럽게 개사하거나 장단을 바꿔 부르고, 관절을 꺾고 튕기는 춤'팝핀'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막춤까지 어우러지자 객석 이곳저곳에서 추임새가 나왔다. 맹인들의 노래를 이어받아 만든 음악을 배경으로 깐 그림자 애니메이션에서는 우왕좌왕 헤매며 황성을 찾아가는 맹인들의 얼굴 표정이 생동감 있게 그려졌다.

 

그 이후의 전개는 다 알다시피 심청을 만나 눈을 뜬 심봉사와의 해후로 아름답게 마무리되지만, '천하맹인'은 심봉사의 깜짝 제안을 덧대 기존의 틀을 깼다. "혼자만 눈을 뜰랑개 여러 가지가 미안허고 뒤꼭지가 근질근질 허던 판"에 객석에서 맹인들이 눈을 뜨도록 힘을 모아주자는 것. "이 쪽에서 짝!, 저쪽에서 짝!" 천하맹인이 일시에 눈을 뜨면서 적막강산이 훤하게 열리는데, 뒤늦게 등장한 황봉사가 눈 뜨게 해달라고 애걸복걸하는 통에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심정으로 눈 뜨기가 이어진다. 꿈벅꿈벅 하던 황봉사는 "뜨긴 떴는데 한 눈 밖에 안 떠졌네 그려. 총 쏘기 딱 좋게 되었다"고 농을 쳤고 객석은 또다시 출렁댔다.

 

훌륭한 공연은 하늘도 감동시키는 걸까. 지난해 마당창극의 유일한 걸림돌이었던 비는 이날 공연에서도 시작 직전에 흩뿌리다가 거의 끝날 때가 되어서야 다시 내렸다. 300여 명이 넘게 찾아 앉을 틈이 없었던 객석은 웃음과 감동이 두 배로 많아진 '천하맹인'에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전통문화 체험과 잔치음식까지 곁들여진 '천하맹인'은 10월5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전주소리문화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단, 공연장 '명당'은 오른쪽 보다는 왼쪽 좌석임을 명심할 것. 전석 2만5000원. 문의 063)283-0223. 1588-1555.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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