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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묵화의 큰 별 지다

남천 송수남 선생 별세…오늘 전주서 노제

▲ 故 한국화가 송수남

'우리 시대의 수묵인'으로 평가받는 한국화가 남천(南天) 송수남 선생이 8일 새벽 3시30분께 별세했다. 향년 75세.

 

남천 선생은 올해부터 쏟아진 각종 기획전 준비로 과로한 데다 지난 2주간 급성 폐렴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상태가 악화 돼 새벽 가족들과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 중이던 선생은 눈을 감기 전 집에 있는 진돗개 밥을 줘야 한다며 전주를 다녀간 게 마지막 발걸음이었다.

 

3년 전 고향인 전주 흑석골(삼천동)로 귀향한 선생은 작업실을 짓고 뒤늦게 수묵을 배울 제자들을 모집했다. 스승 없이 자신만의 화풍을 개척했듯 그는 제자들 작품에도 무신경하다 싶을 만큼 지켜보고 믿어주는 쪽을 선택했다. "걱정스럽던 학생들도 때가 되면 자기 그림을 찾아간다"며 오히려 스승의 화풍을 그대로 답습하게 만드는 '패거리 문화'가 독이 된다고 봤다.

 

전통 수묵화부터 추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험을 멈추지 않았던 고인은 2003년 이후부터 화려하고 풍부한 채색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색색의 화려한 꽃 그림을 보면서 "꽃과 함께 놀다 보니 젊어지는 기분"이라고 했다.

 

유족은 "마지막으로 열정을 보여주셨던 화사한 꽃그림처럼 선생의 마지막 가는 길에 슬퍼하지 않고 모두가 꽃을 쥐고 살아생전의 좋은 기억만 떠올리며 꽃밭 가득한 장례를 치렀으면 한다"고 고인의 당부를 전했다. "절대로 여느 장례식처럼 무겁고 칙칙하게 오는 분들은 절대 사절한다"는 말과 함께.

 

지난 8일 서학동에 작업실을 가진 지역작가들이 고인의 뜻을 받들어 선생의 작업실을 찾아가 그토록 좋아한 꽃을 한 무더기 두고 왔다. 이희춘 진창윤(서양화) 한 숙(한국화) 김지연(사진) 박혜경(서신갤러리 관장) 강이소(자수)씨와 이형로 김저운 부부 등은 선생의 별세 소식이 전혀 믿기지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수필가 김저운씨는 "지난달 17일 서학동 예술인 축제 때 선생님이 아픈 몸을 이끌고 전주에 내려오셨다. 작가들과의 약속 때문에 각서까지 쓰고 오신 걸 나중에 알았다. 그런 선생님이 참 그립다."고 했다.

 

운구는 10일 발인 뒤 고인이 교수로 재직했던 홍익대를 거쳐 전주 작업실에 들렀다가 천안에 안치된다. 서학동 작가들은 소박하게나마 노제(오전 8시)를 치를 예정이라고 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7호실, 발인은 10일 오전 5시, 장지는 천안공원 묘원이다. 02)2227-7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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