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15 08:05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전시·공연
일반기사

[리뷰]전주동문예술거리추진단 하우스콘서트

영상·음악 즉흥무대 관객과 호흡 돋보여

▲ 12일 전주 창작지원센터 2호에서 열린 하우스콘서트 '즉흥을 위한 디지로그'.

모든 것이 즉흥적이었다. 지난 12일 전주 창작지원센터 2호에서 열린 하우스콘서트 '즉흥을 위한 디지로그' 무대는 특별한 규칙도 정해진 악보도 그리고 무대와 객석의 경계도 없었다.

 

동문예술거리추진단과 더하우스콘서트가 공동 주관해 열린 이번 공연에서 관객과 아티스트들은 즉석에서 만났고 서로가 만들어낸 소리와 영상에 호흡을 맞추며 2시간 가까이 진행된 공연을 완성했다.

 

브라질 출신의 발칭유 아나스타시우(Valtinho Anastacio)는 순간순간 손에 잡히는 도구를 이용해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그의 손에 들린 도구들은 어느덧 관객의 손에 전달돼 또 다른 소리를 창조했다. 여기에 미디어아티스트 김상현 송대규가 선보인 즉흥 영상까지 곁들어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날 관객과 예술가들의 만남, 그리고 예술가와 예술가의 만남은 즉석에서 이뤄졌다.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던 이들이 만들어 낸 소리는 하나하나 쪼개보면 소음에 가까웠지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이런 소리들이 모여 즉흥적인 하모니를 만들어 냈다.

 

"언어는 하나의 언어다. 하지만 음악은 우리 모두의 언어다"라는 발칭유의 말처럼 관객과 아티스트들은 소리로 소통했다.

 

공연은 시작부터 즉흥적이었다. 발칭유는 공연 직전 구입한 비닐봉지를 들고 등장했다. "쇼핑백 이스 베리 굿(Shopping bag is very good)"이라며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무대에 선 그는 비닐봉지를 문지르며 바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빠르게 느리게 문지름을 반복하던 그는 새소리와 함께 두꺼비 모양의 나무 조각을 두드려 개구리 소리를 냈다.

 

즉석에서 만든 도구로 자연의 소리를 내면서 시작한 공연에 관객들은 숨죽였다. 발칭유가 만들어 낸 소리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관객들이 소리에 집중하며 하나 둘씩 눈을 감을 때쯤 피아노와 바이올린 더블베이스의 앙상블 연주가 흘러 나왔다.

 

자연의 소리와 클래식한 음악의 조화는 관객들에게 마치 '시크릿 가든'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청각으로 즐기던 음악은 자연스럽게 시각을 포함한 음악으로 옮겨갔다. 발칭유가 '배닝 바우'라는 활모양의 전통 현악기를 들고 바이올린과 더블베이스와 협연을 펼치면서다. 켜서 소리를 내는 현악기를 손과 나무를 이용해 두드리면서 색다른 소리를 냈다. 이런 현과 현의 충돌은 사물놀이를 연상케 했고 즉흥적인 두드림에 관객들의 어깨는 들썩였다.

 

불규칙하던 소리가 어느덧 젓가락 행진곡 멜로디로 전환되면서 관객들은 피아노를 치듯 손가락을 움직였고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음악 영상 관객이 함께 만들어낸 아리랑 연주는 이날 공연의 백미. 그랜드 피아노 위에 설치된 스크린에 비친 미디어아티스트 송대규의 영상으로 연주가 시작되자 발칭유는 소리를 내던 도구들을 관객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고, 관객들은 그의 지휘에 맞춰 도구를 이용해 소리를 냈다.

 

환상적인 미디어 영상 쇼와 각종 소리가 조화를 맞춰나갈 때쯤 자연스럽게 아리랑 가락이 흘러나왔다. 관객들은 아리랑 가락과 함께 자신에게 주어진 도구를 두드리며 사물놀이를 곁들인 아리랑 연주를 만들어냈다.

 

이날 공연에서 물감과 물을 뿌리는 퍼포먼스로 현란한 영상을 만들어 낸 송대규는 "오랜만에 작품으로 외출을 했다. 발칭유와는 오늘 처음 만나서 호흡을 맞췄는데 환상적이었다. 관객들과 모두 하나가 된 무대는 감동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발칭유도 "영상과 음악의 만남은 개인적으로도 처음 시도해봤는데 너무 성공적이었다. 즉흥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무대"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