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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눈에 비친 시골 풍경, 인연을 새기다

진안서 1년간 판화작업 美 윌리엄 누스바움씨 전주서 첫번째 개인전

 

삶은 수많은 우연성의 연속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때론 시공간을 초월한 인연 등 우연과 우연이 만나 필연을 만들기도 한다.

 

판화가 윌리엄 누스바움(25)이 전북 진안에 정착한 것도 그렇다. 그는 지난 2011년 미국 아이다호대학에서 순수예술을 전공한 뒤 부인과 함께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어디를 가겠다', '무엇을 하겠다' 등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진안을 여행하면서 그는 이곳에 머물기로 마음을 굳혔다. 진안이 주는 편안함과 정겨운 분위기가 고향인 아이다호와 닮았기 때문이다.

 

그는 진안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른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지 사람들과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또 한국에 와서 우연의 연속이었던 만남을 필연으로 만들어 보자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는 영어 교육을 통해 주민들과 호흡하며 첫 번째 인연을 맺었다. 여행에 관심이 많은 농부, 인도 스리랑카 등 많은 곳을 여행하다 귀농한 40대 여성 등 그가 만났던 사람들은 고향 아이다호 사람들과 같은 미소를 간직하고 있었다.

 

로스앤젤레스 출신인 부인 엘리스(24)는 시골생활에 잠시 답답함을 느꼈지만 미국식 쿠키를 만들어 주민들과 함께 나누는 등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차곡차곡 인연을 쌓아가는 사이 딸 엘레노아가 태어나며 소중한 인연이 하나 더 늘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그로 하여금 잠시 접고 있던 예술 활동을 다시 시작하게 만들었다. 그는 1년 동안 진안에서 생활하며 느꼈던 것들을 판화에 담아 24~30일 전주서신갤러리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판화 작품 20여점과 함께 관람객이 직접 참여해 작품을 만드는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그의 작업은 진안과 인연을 맺은 것처럼 우연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지도와 별자리를 창조해 자신만의 공간인 판화로 옮겼다. 관람객들은 별과 별, 건물과 골목이 얽힌 지도를 바라보며 우연적인 만남을 추적한다. 이 과정을 통해 관람객들은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자신의 존재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는 "앞으로 진안에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지만 우연으로 만난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 또 새로운 만남과 또 다른 우연을 찾아 자유롭게 여행을 하며 작품활동을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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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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