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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희 '수류화개' 전...누에고치 속에 축적된 시간들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 유경희 作 '수류화개'.

'동그란 물건, 얇은 실로 마냥 감은 것, 무슨 알처럼 생겼다. 누에고치, 그러니까 어떤 생명체의 집인지도 모른다. 사이질삼을 이용한 실을 실패 감듯 감은 둥그런 것. 실을 감는다는 행위, 거기에는 한량없는 시간의 축적을 암시한다.'

 

섬유공예가 유경희씨 작품에 부여한 윤범모 미술평론가의 시선이다. 바닥에 널브러져 뭉쳐 있는 것들, 혹은 기다란 널판에 줄 지어 매달려 있는 것들, 그것은 실타래 속에 잠긴 시간들이다. 작가가 시간의 집적을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였다고 보았다.

 

유씨의 5번째 개인전'수류화개(水流花開)'(30일부터 11월5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시간은 흐른다. 최근 나는 '모든 것이 변화한다.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되새겨 보고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 나타나는 형상과 내면에서 파생되기도 하는 이 대조되는 두 가지 양상을 누에고치의 형태에 투영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가는 작업노트를 통해 "켜켜이 쌓인 누에를 모티브로 한 원형의 오브제에서 삶의 한 단면을 발견한다"며, 그 과정들은 매우 흥미롭고 놀라운 경험이다고 했다.

 

금속실의 로프 작업을 통해 시간의 흐름 속에 나타나는 인간의 삶을 그려내고, 선의 형태로 일정한 길이를 유지하고 있는 소재를 사용하여 접거나 주름을 잡고 비틀거나 볼륨감을 줘 자유롭게 변형을 유도하는 작업 역시 같은 맥락의 '철학'을 담고 있다. '물이 흐르고 꽃이 핀다'는'수류화개(水流花開)'를 타이틀로 건 이유도 시간의 흐름을 읽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다.

 

윤범모씨는 "섬유 매체에서 시작한 유경희의 작업은 고분유물을 소재로 주목했고,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근작 누에고치 설치작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 같다"며 "무거운 주제인 생사문제를 선택한 작가가 이 문제를 어디까지 끌고갈지 주목되는 전시다"고 평했다.

 

전주대와 동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한 유씨는 전북미술대전 대상, 전국한지공예대전 대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전북미술대전 초대작가, 한지공예대전 초대작가, 전북대 초빙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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