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운영난으로 잠정 휴관 / 전국 젊은 미술인들 자발적 노력 / 28일부터 사진전…작가 대화도 / "다양한 시도 소중하게 여겨주길"
지역의 역사를 기록하고 공유해 온 공동체 박물관, 진안의 ‘계남 정미소(관장 김지연)’가 지난 2012년 휴관한지 5년 만에 전시를 재개한다. 지역의 낡은 정미소가 문화공동체 공간으로 변모한 계남 정미소는 마을의 사라져가는 것들이 가진 가치에 주목하고 이를 기억하는데 집중해왔다. 주민들의 삶을 담은 ‘계남마을 사람들’ ‘농촌을 지키는 사람들’ ‘할아버지는 베테랑_6·25 참전 용사’ 전시 등 독특하면서도 지역과 밀착된 기획으로 예술계는 물론 행정단체, 시민단체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인력이 없어 홀로 시설관리부터 전시기획까지 도맡아야 했던 김지연 관장은 결국 지난 2012년 잠정휴관하게 됐다.
“언제 다시 시작하리라는 기약도 없었지만 많은 분들께서 계남 정미소를 잊지 않고 계시더군요.”
먼지가 소복이 쌓여가던 계남 정미소가 오는 28일 빗장을 연다. 전국에서 모인 젊은 미술가들의 자발적인 움직임 덕분이었다.
김 관장은 “공공성에 맞는 일이라면 언제든지 공간을 내어줄 준비가 돼 있었지만 그동안 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을 찾지 못했다”며 “고맙게도 최근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계남 정미소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고민과 시도들이 이어져 전시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획자와 고천봉 김주원 안초롱 윤태준 이미지 이택우 주용성 등 사진작가 7명은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26일까지 자기만의 관점으로 현실을 면밀히 기록한 사진전을 선보인다. 연기백, 홍진훤, 오석근 작가 등의 개인전도 10월까지 이어진다.
작가들은 계남 정미소가 가진 지역·공간적 특성과 함께 동시대적인 역사성에 주목했다. 김현주 기획자는 “예술가들은 시도해보지 않은 곳, 전시장이 아닌 곳과의 결합을 선호하는 것 같다”며 “계남 정미소는 단순히 색다른, 새로운 공간이 아니라 예술과 공동체에 대한 자생적인 논의와 실천이 가능한 곳이어서 예술가로서 부담스럽지만 시도하고 싶은 공간이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올해 전시들이 일시적인 행사는 아닐까, 혹은 계남정미소의 정체성에 맞는 일인지,두렵기도 하지만 꺼져가는 불씨를 살린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싶다”며 “젊은 기백과 열정들이 나의 우려를 한 번에 날리고 꽃피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시적으로나마 공간이 다시 운영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여전히 과제는 있다. 노후화된 건물의 관리 문제와 앞으로 언제까지 또는 어떻게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을 지 등이다.
김 관장은 “지난 2013년 자치단체의 협조로 사립박물관 등록 추진도 있었지만 공간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 조건에 맞춰 보수를 해야 해서 포기했다”며 “공공성을 지닌 활동인 만큼 최소한의 공간 관리라도 지원되길 바라고, 이러한 시도들을 사람들이 소중히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공간이 지향하는 공공성에 부합하는 활동이라면 전시가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26일까지 진안 계남정미소와 전주 서학동사진관에서는 사진전 ‘open-end(ed)’가 열린다. 전주 서학동 사진관의 행보를 응원하기 위해 예술인들이 모여 진행했던 ‘서학동 언니 프로젝트’의 2탄이다. 이 곳 역시 김 관장이 운영하는 문화공간으로, 올해는 프로젝트를 계남 정미소까지 확장해 새활력을 불어넣는다. 김주원 안초롱은 개인작과 협업을 함께 선보인다. 사물의 풍경을 포착하거나 서로의 존재를 읽어내는 작업들이다. 고천봉 이미지 이택우 주용성의 불연속적이지만 전방위적으로 탐색한 작품도 볼 수 있다. 28일 오후 6시부터는 계남 정미소에서 작가와의 대화 등이 진행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