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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 자연처럼…고요함서 얻은 깨달음

이흥재 사진전,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관장 시절 출퇴근길 풍경 관찰

▲ 이흥재 作 ‘무심’

2년여전 전북도립미술관장을 내려놓고 오롯이 사진작가로 돌아온 이흥재 작가. 간만에 주어진 여유에 그는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에 눈에 들어온 것은 일상의 자연. 언제나 그 자리에서 햇살을 맞고 바람을 견디며 꽃을 피워내는 자연에서 새삼 삶의 이치를 깨달았다.

 

그는 “미술관장을 하면서 많은 작품을 보고, 많은 작가를 만난 것도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대미술의 흐름을 지켜보며 사진에 대한 생각도 확장됐다. 10여년만의 사진전을 열면서 풍경사진을 들고 나온 이유다.

 

프레임에는 큰 불재와 작은 불재, 새끼 불재같은 옛 고갯길 주변과 상관저수지와 구이저수지가 들어앉았다. 미술관을 출퇴근하면서 눈에 담아두었던 풍경이자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공간이다.

 

풍경은 천천히 바라봄을 통해 얻은 속살이다. 오래보고 마주보고 자주봐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전의 장날이나 모정 작업과 상통한다. 그는 “장날이나 모정의 북적대는 모습보다는 사람들의 표정속에 보이는 희로애락과 인정에 마음이 끌렸듯이 호수와 나무 숲의 표정과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자연과 소통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안개가 끼는, 고요하고 적막한 시간에 출사에 나선 것은 민낯을 마주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요란하지 않은 무채색의 나무와 호수, 빛을 포착했다. 그렇게 준비된 작품은 ‘강산적요(江山寂寥)-스며들다’로 묶였다.

 

태초의 신비처럼 어둠이 깔린 호수에 빛이 스며들고, 한겨울 앙상한 가지에 달린 이슬은 꽃처럼 피어났다. 고요한 것 같지만 물은 흐르고 꽃은 피어나는 것이다. 그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에 담겨진 의미는 유명하고 특별한 것 못지않게 크다”면서 “사람은 자연과 세상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고, 더디더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무리없이 스며들어야 하는 것이 궁극의 지점”이라고 말했다.

 

자연의 고요함을 더하기 위해 한지에 인화했다.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30일까지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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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정 eun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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