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국악·무용단체 모인 '창작집단 예술단지' / 첫 창작작품 '권삼득' 무대…인간적 면모 부각
완주에서 태어난 조선시대 전설적인 명창 권삼득(1771-1841). 전북 청년 예술가들은 그를 어떤 시각으로 풀어냈을까.
지역 청년 예술단체들이 모인 ‘창작집단 예술단지’가 지난 24일 전주 전통문화관 한벽극장에서 ‘창작음악극 광대 권삼득’을 선보였다.
이번 공연은 지역에서 개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단체가 함께 창작극을 올렸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를 증명하듯 줄곧 비가 내린 날씨에도 많은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다.
창작집단 예술단지는 올해 초 예술단체 ‘아따’ ‘벼리국악단’ ‘얼라이브 아트 프로젝트’가 모여 만든 단체다. 국악 연주, 무용 등 각자의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해왔지만 새로운 무대, 대규모 작품을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더 나은 무대, 지역 젊은 예술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색깔에 대한 열망으로 함께 뭉치게 됐다.
그 첫 행보가 ‘창작음악극 광대 권삼득’. 직접 기획·연출부터 안무·대본·작창·작곡까지 한 규모 있는 창작극으로, 상대적으로 젊은 기획·연출가에게 기회가 적은 지역에서 이들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
공연은 명창으로서의 삶보다 양반 자제로 태어나 판소리를 하기까지의 과정과 역경, 인간적 면모에 집중했다. 또한 ‘음의 변고’를 바로잡을 명창을 찾아 전라도로 가는 설정을 덧대 권삼득을 비롯한 많은 명창이 존재하는 ‘소리의 고장’의 면모를 부각시켰다.
소리꾼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노래는 맛깔났다. 전라도 완산골 아낙들과 악사들은 경쾌한 가락으로 관객을 웃게 했고, 주인공 권사인(권 명창의 본명)은 진중하고 묵직한 소리로 중심을 잡아줬다. 특히 나라의 음을 정립하고자 궁에 당도한 권사인이 아버지의 부음 소식을 들은 후 한 맺힌 소리를 이어가는 대목에서는 자식으로서의 애절함과 소리꾼으로서의 사명감이 한데 얽혀 감정을 극대화시켰다.
벼리국악단이 직접 작곡한 음악은 현대적이면서도 과거 인물의 감정선을 잘 따랐다. 음악과 어우러진 무용가들의 몸짓도 극의 분위기를 더했다.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예상치 못한 대사나 ‘꽃을 사시오~ 꽃을 사~’익숙한 광고 삽입곡 등 중간 중간 재치 있는 설정에서는 젊은 감각이 빛났다.
공연의 전체적인 만족도는 높았지만 과한 음향과 조명은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김지훈 기획자는 “야외무대에서 공연할 예정이었지만 날씨로 인해 실내로 장소가 바뀌면서 시스템 부분이 미흡했다”며 “배경 영상, 음향, 조명 등을 세심하게 다듬어 가겠다”고 말했다.
“첫 모임이고 예산도 적어 시도 자체에 의미를 뒀는데 반응이 좋아 만족스럽다”는 창작집단 예술단지는 “지금의 행보가 일회성이 되지 않도록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창극축제에 참가하는 등 다양한 기관·사업과 연계해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가겠다. 또 계속해서 지역 공연예술계의 새로운 가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젊은 예술인들로 시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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