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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에 가면 시와 그림이 있다

문화연구창, 남부시장 곳곳 전북 예술인 작품 전시 / 일상 속 예술 호평…지속성·상인들과 소통이 관건

▲ 남부시장 골목에 안도현 시인 등의 시가 걸려 있다.

추석 연휴에도 전주 남부시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일부 상점은 문을 닫기도 하고, 온종일 비가 내리는 통에 낮에는 비교적 한산했던 반면 밤에는 야시장과 청년몰 구경을 위해 찾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어릴 적 엄마 손 잡고 놀러갔던 전통시장의 고유한 모습은 이제 그리움으로 남았지만, 대신 아이 청년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거리가 됐다.

 

그리고 변화한 시장에 예술이 비집고 들어섰다. 지난 17일, 비 오는 날에도 장을 보러 나온 한 중년 여성은 문이 닫힌 창고에 붙여 놓은 안도현 시인의 시 ‘저물 무렵’을 읽고 있었다. 옛 사랑이 생각난다는 50대 중년 여성은 시장에서 우연히 만난 시 한 편에 감성 풍부한 소녀가 됐다.

 

남부시장 곳곳에서는 도내 예술인들의 그림과 창작글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는 (사)문화연구창(대표 유대수)이 진행하는 시장전람회 ‘백화서(書)만발’과 ‘이달의 문장전’. 올해 국가공모사업인 ‘문화가 있는 날’ 지역거점 특화프로그램에 선정돼 하는 사업으로, 오는 11월까지 약 세 차례 그림과 글을 바꿔가며 전시한다.

▲ 옷수선집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그림.

(사)문화연구창 매마수사업단의 고형숙씨는 “이번 활동은 시장 내 상인, 시장을 찾는 시민들을 위한 전시”라며 “일부러 전시장이나 공연장, 문학서적을 사지 않으면 예술을 접하기 힘든데 ‘시장으로 간 예술’을 통해 멀지 않은 일상에서 예술을 즐기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세 번째 바뀐 글과 그림이 다음달 25일까지 전시된다. 김누리 류명기 신보름 이가립 이일순 이홍규 정소라 정인수 등 8명 작가의 그림이 교동객주 최복순쌀상회 전주옷수선집 서울분식 등 시장 내 11개 가게에 걸린다. 또한 김용택 박남준 안도현 이병초 정양 등 지역 문학인들의 ‘사랑’을 주제로 한 시들도 시장 곳곳에 현수막 형태로 전시된다.

 

사업 초기에는 장소섭외도 어려울 정도로 상인들의 반응이 시큰둥했지만, 몇 달이 지난 지금은 ‘우리집도 붙여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상인들의 반응이 꽤 좋다. 막걸리 한 사발 들이켜다 마주친 그림에 궁금증을 갖기도 하고, 손님이 없는 사이 삼삼오오 모인 상점 주인들은 벽에 걸린 그림을 보며 수다를 떨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고, 관심이 없는 시민도 많다. 상당수의 문화예술 관계자들은 지속성과 시장 상인들과의 소통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도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전시가 몇 차례 있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 식당 내부에 걸려 있는 그림.

2008년 빈 상점에 전시하는 ‘복덕방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문화예술 시장으로 자리 잡은 광주 대인시장에서 활동 중인 예술인 김영희씨는 “시장에서 일방적으로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장 콘텐츠와 예술이 상생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며 대인시장도 현재에 이르기까지 8년이 걸렸다고 조언했다.

 

“일상 속 예술을 표방하지만 정작 상인, 시민들은 도대체 뭐하는지 몰라요. 작가와 상인의 사고가 다르다 보니 장을 보면서라도 설명하는 등 꾸준히 소통하고 유대를 맺어야 시장 내 사람들도 진정으로 예술을 즐길 수 있습니다. 물론 예술인에게도 쉽진 않지만 새로운 담론과 가치를 나눌 수 있는 기회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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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kbh768@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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