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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에 새겨진 소외된 풍경들

강홍구 사진전, 서학동 사진관

▲ 강홍구 作 ‘손님’

강홍구 작가는 한국 현대사회 모습을 풍경사진 형식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자신만의 사진 표현법에서도 촌철살인(寸鐵殺人)같은 시각이 살아있다.

 

오는 25일까지 전주 서학동사진관(관장 김지연)에서 열리는 강홍구 초대전 ‘참새와 짜장면’ 역시 그렇다. 그동안 도시 재개발 지역을 다니며 허물어져 가는 것들을 기록해온 것과 달리 담과 벽 사진에 생각나는 그림을 그려 넣은 작품을 선보인다. 재치는 더했지만 자신의 작업신념과 개념을 표현한 작품은 더욱 진지하고 무겁다.

 

그의 이번 작업들은 ‘언더 프린트(under print·돈이나 우표 밑바탕에 깔리는 희미한 인쇄)’와 비슷하다. 여러 곳에서 찍은 벽이나 담 사진 위에 무엇인가를 그린다. 사진은 서울 재개발 지역이나 서울 창신동 한남동, 부산, 청주, 전남 신안군 등에서 찍은 것들 하지만 처음부터 이 작업을 위해 찍은 것들은 아니다. 그는 “우리나라 담은 일본과 유럽과는 전혀 다른 엉성하고 정리 덜 된 느낌이다”며 “이런 내버려둔 듯한 분위기는 비싼 건물이나 부잣집 담이 아닐 때 더 두드러지며, 이는 한국적인 느낌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먹을 것과 빈 그릇들, 공사장의 인상과 몽상, 이미 잘 알려진 걸작에 관한 언급이나 패러디 등 떠오르는 것들을 그렸다지만 저변에는 깊은 고민과 사회에 대한 관심이 깔려 있다.

 

서대문 형무소 벽에 그려진 선글라스를 쓴 토끼는 움츠러 들어가는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 프랑스 작가 테오도르 제리코가 메두사호 조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메두사의 뗏목’을 패러디한 작품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함께 담은 사진도 인상 깊다.

 

강 작가는 전시 서문에서 ‘Que sera sera! 될 대로 되겠지. 미술 따위가 어찌 되든 내가 알게 뭔가’라고 밝혔지만 언제나처럼 사라져가는, 그리고 기억해야 하는 예술의 현장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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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kbh768@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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