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에 대한 솔직한 평가는 무대가 끝난 후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의 표정을 통해 알 수 있다. 지난 1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열린 창작공연 ‘달릉개’가 끝난 후 관객들은 밝은 표정으로 공연장을 나섰다. 연신 박수와 환호를 보내고 나온 터라 다소 상기된 모습이었다. “재밌다”는 소리가 공연장 로비, 화장실 등 곳곳에서 들려왔다.
전주문화재단의 ‘전주이야기자원 공연화 지원 사업’ 최종 선정작인 ‘달릉개’(작 최기우·연출 정경선)는 전주시민들에겐 내 고장에 대한 자부심을 안겨주고, 관광객들에게는 전주의 매력을 한 눈에 보여준 공연이었다.
부채 장수 달릉개가 떠돌이명창과 서예가 창암 이삼만·박진효자비·남문시장상인 등을 만나면서 소리의 참 의미를 깨닫고 진정한 소리꾼이 된다는 이야기. 이야기 구조를 짜임새 있게 드러내면서도 전주가 갖고 있는 다양한 소재를 극에 적절히 녹여냈다.
이 땅을 담은 부채는 마음을 씻어준다는 창암 이삼만 선생의 철학에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탁주 백주 가주 국주 이화주 쌀막걸리 생막걸리 등 푸짐하게 차려 나오는 전주막걸리에 입맛을 다셨다.
“흥보가, 심청가만 소리냐. 세상사는 얘기들이 가슴에 쌓여 온 몸에 차는 것이 소리여. 그것들을 사무치게 갈고 오래오래 삭히고 묵혀서 한 마디, 한 마디 꺼내는 것, 그것이 전주소리여!”
막걸리 시킬 때 내는 소리, 시장에서 콩나물 파는 소리, 아버지의 낮은 한숨 소리 등 평범한 사람들 곁에 선 전주소리에는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전주 정신을 진지하게 담아내면서도 배우들의 맛깔난 소리, 연기와 그림자놀이, 관객참여 등으로 극적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정민영 국립민속국악원 단원과 박현영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원의 소리는 역시나 믿을만했다. 김광용 서유정 차영석씨 등 탄탄한 실력을 가진 중견배우들도 극의 중심을 잘 잡아줬다. 나쁜 짓을 일삼은 오참봉에게 “퇴진하라! 무조건 물러나라!”며 징벌을 주는 대목에서는 통쾌함이 느껴졌다. 배우들은 공연 내내 능청스럽게 객석을 휘젓고 다니며 관객을 극으로 끌어들이고 몰입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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