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작품·지역 미술사 한눈에 / 기획 부족·자료 구축 미흡 등 지적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장석원)이 지난달 31일부터 시작한 ‘전북의 원로작가전’. 첫 날 개막식에는 박남재(88), 홍순무(82), 방의걸(79), 김종범(78), 송계일(77), 한봉림(70) 등 작품을 내건 모든 화백들이 참석해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작업인생에 대한 소회를 들려줬다.
장석원 관장의 인사말과 이건용 군산대 명예교수·강신동 전북미술협회장의 축사 낭독 등 기념행사가 진행된 후 화백들과의 전시 관람이 이어졌다.
김혜미자, 홍성녀 작가 등 동료·제자들과 과거 작품을 보던 방의걸 화백은 “그때는 만족했어도 지금 다시 보면 붓 터치 등 뭐든 조금씩 아쉽다”면서 “그림은 평생 그려도 만족할 수 없고 죽을 때까지 보완해 나가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남재 화백은 “작업 소재나 주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과 철학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진짜”라면서 “그저 묵묵히 걸어온 길이지만 후배 작가들이 보고 앞으로의 예술 인생이나 새 작품의 영감을 받게 된다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상대적으로 원로의 입지가 흐릿해진 화단에서 지역을 대표할 만한 원로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감상하고 이들로부터 살아있는 지역의 미술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리였다. 전북이 미술사를 정립하는데 약했는데 도립미술관이 나서줘 고맙다는 강신동 회장의 축사처럼 지역 미술사 발전에도 필요하고 관립 미술관이 해야 할 전시였다.
그러나 원로작가들의 작품과 업적, 지역 미술사 등을 정립하기엔 기획이 면밀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전시된 작품 대부분이 고창 판소리박물관, 광주 시립미술관 등 기관에서 가져온 것으로 그저 전시장소를 옮겨왔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미술관이 기획 단계부터 의도했던 ‘원로 작가들의 자료 구축’도 미흡했다.
미술관은 이들에 대한 아카이빙(archiving)을 위해 인터뷰 영상을 촬영하고 전시 작품을 모아둔 도록에 작가에 관한 평론, 활동 내용 등을 담아 자료집 형태로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완성도를 높이고자 개막 당일에서야 나온 도록에는 개인별 전시 평론글 3∼4개만이 실렸다. 화백들이 갖고 있던 자료임에도 그림이나 연대 등과 연계 없이 글만 수록돼 이해가 어렵고, 작업세계를 파악하기엔 양이 적어 관립 미술관이 아카이빙을 위해 기획한 결과물이라기엔 다소 초라했다.
일부 예술인들은 “영상은 시도가 좋았지만 도록은 자료 수집이라기엔 양과 질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평론가들이 지금 시점에서 작가의 일대기를 정리하는 글을 새로 썼다면 기획의도에 맞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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