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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전주문화재단 지원작 ‘완판본’] 책 너머 백성의 삶 들여다보다

극단 두루 창작뮤지컬 '완판본'.
극단 두루 창작뮤지컬 '완판본'.

책이 특정 지배계층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때가 있었다. 책은 언어를, 언어는 사고를 지배했다. 전주를 중심으로 발간된 옛 책과 그 판본을 뜻하는 ‘완판본’의 출현은 지식과 정보의 비대칭성을 깨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피지배계층은 책을 통해 세상을 바로 바라보게 됐다. 완판본의 진정한 의미는 책 너머 세상에 있었다.

지난 22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열린 극단 두루의 창작뮤지컬 ‘완판본’은 이 지점을 정확히 간파한 공연이었다. 두루는 전주의 문화유산 소재를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려냈다. 판소리극, 아동극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기획·연출한 저력이 엿보였다.

전주문화재단의 ‘전주이야기자원 공연화 지원사업’ 최종 선정작인 ‘완판본’은 매설가(소설가) 이설과 젊은 유생 김환을 중심으로 완판본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책 속에서만 성리학적 이상을 찾았던 김환은 이설과 함께 세상 속으로 뛰어들면서 소설이 허구가 아님을, 현실이 진실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이 과정은 때로는 진지한, 때로는 능청스러운 대사와 연기로 표현됐다. 강약 조절을 통한 긴장과 이완은 작품의 균형을 맞췄다. 특히 김시중 역할을 맡았던 양형석 씨는 안정적인 노래와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완판본문화관 안은주 실장은 “식자층의 전유물이었던 ‘책’은 완판본 한글 고전소설의 출현을 통해 지식과 정보의 계층 간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담당했다. 극 중에서 관객과 함께 ‘진실’을 찾아가고, 마침내 그 진실과 마주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며 “각수, 매설가, 전기수 등 출판과 관련된 다양한 인물 군상이 등장한 점도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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