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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수묵 3인전’ 김호석 화백 “화가로서 스스로를 바꾸는 혁명”

3·1운동 100주년 특별전, 26일까지 전주 누벨백미술관
“혁명의 땅 전북·전주서 동학농민혁명 정신 보고자 해”
먹과 종이의 어울림… 대동정신으로 시대 변화상 담아

지난달 27일 3·1운동 100주년 기념 '현대수묵 3인전'이 전주 누벨백미술관에서 열린 가운데 김호석 화백이 작품인 '바람 목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지난달 27일 3·1운동 100주년 기념 '현대수묵 3인전'이 전주 누벨백미술관에서 열린 가운데 김호석 화백이 작품인 '바람 목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2월 27일 오후 5시 ‘현대수묵 3인전’ 오픈 준비로 분주한 전주 누벨백 미술관 4층 전시실.

현대 수묵의 주축인 송수남, 이철량, 김호석 3인의 작가를 초대해 수묵화운동의 초기작과 근래의 작품을 함께 선보이는 자리다. 오는 26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숭고한 민족자주정신을 되새기고 전통성과 현대성을 아우르는 한국 현대수묵을 재조명하는 데 의의가 있다.

이곳에서 만난 김호석 화백에게 고향에서 전시를 열게 된 소회를 들었다.

 

“1981년에 동산방화랑에서 송수남 선생과 이철량, 김호석, 신산옥 네 사람이 모여 수묵화 4인전을 열었어요. 이게 이후에 미술계에서 작은 수묵화전시가 잇따라 열리는데 기폭제가 된 거죠. 한국 현대수묵화 운동을 이끌었던 네 사람 중 세 사람이 전주를 기반으로 했던 전북출신이라는 것이 의미가 큽니다.”

김 화백은 이어 “오는 9월에 도립미술관에서 무주 정읍 익산 순창지역과 수묵화전시회를 할 예정이다”면서 “타지역으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는 전북출신 작가들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어릴 적 조부로부터 고조부에 대해 들었던 가르침은 김 화백의 작품세계에 든든한 뿌리로 자리잡았다. 그의 고조부 김영상 열사는 일제의 강제합병에 반대해 옥중에서 투쟁하다 목숨을 잃었고 조부 김균은 항일운동 이후 농촌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선비정신을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어릴적 할아버지께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전라북도는 혁명의 땅이고, 끊임없이 지배를 받으면서도 민중의 정신 속에는 숭고함이 있다는 이야기였죠. 제가 자랐던 칠보는 풍류정신을 실현시켰던 고장이고, 그것은 곧 선비가 자유정신을 잘 구현할 수 있는 방식이 됐다고요. 3·1운동을 촉발시킨 동학정신도 빼놓지 않고 강조하셨어요. 독립운동가이자 조선의 땅과 얼을 목숨처럼 여기는 분에게 교육을 받은 것이 저에겐 무척 큰 자산입니다.”

평화와 어울림을 사랑하는 김 화백의 그림에는 ‘대동정신’이 녹아있었다.

“먹과 한지는 붓의 힘과 속도에 따라 서로 어우러집니다. 서로 배격하거나 대립하지 않죠. 단순하면서도 소박하고 격조 있는 먹의 정신이야말로 청렴결백하고 당당한 우리 조상의 선비정신이자 한국정신이 아닐까요.”

최근에는 인도 모디 총리의 초상작업을 맡아 두 나라의 외교에 기여하기도 했다. 2017년 국립인도현대박물관에서 개인전 ‘빛 속에 숨다’를 열었을 때, 인도 모디 총리가 전시도록을 살펴보고 “이 그림에는 먼 훗날 우리가 잊고 있었던 생명이 담겨있다”면서 김 화백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주면 좋겠다는 의사를 비쳤다고 한다. 이것을 계기로 김 화백은 모디 총리의 고향에서 채취한 흙을 정제해 만든 안료로 초상화를 그렸고, 지난해 국빈 방문 당시 문대통령이 인도 모디 총리에게 선물한 것.

“한국과 인도의 닥나무를 섞어서 종이를 만들고, 흙을 섞어서 안료를 만들고, 먹을 섞어 그림을 그렸어요. 한국 고유의 임금을 그리는 어진화법으로 인도 모디 총리의 초상화를 완성했죠. 이후로 모디 총리가 방한했을 때 초대를 받아 만나기도 했어요. 이 모든 일은 한국의 얼을 중시했던 사람들이 있어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40여년 동안 붓과 먹으로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해온 김 화백이 앞으로 그려나갈 활동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돌아온 대답은 조화와 혁명의 시대정신이었다.

“붓을 잡기 시작하면서부터 전통적인 수묵으로 현대적 삶을 어떻게 그려낼 것인지, 우리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과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그림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왔습니다.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싸우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용기 있는 백성들이 세상을 바꾸는 법이지요. 저도 화가로서 시대에 따른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스스로를 바꾸는 혁명을 해보려고 합니다.”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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