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자꾸만 떼를 쓰는 날
그런 날이면
그 연유를 묻느라 그곳에 오른다
흩어진 생각을 한데 모아
굳은 의지로
그곳에 오르면 구름이 잡힐까
그늘에 가려 오락가락하던 나
고덕산 덕봉암에
뜬구름 같다고 부처께 사뢰면
정상에 오른 호기로
엉킨 내 생각이
다른 새로운 헛꿈이라도 잡힐까
△ 원고지 앞에서, 또는 껌뻑거리기만 하는 죄 없는 커서 앞에서, 시인은 자꾸 궁싯거린다. 쉽게 풀어지지 않는 문장과 행간과 단어들을 이리저리 옮겨보기도 하고 잘라보기도 하고 늘여보기도 한다. 그리 만만하게 써지면 시가 아니다. 이럴 때는 훌쩍 산에 오른다. 시 속에 구름이라도 불러 앉혀보고 싶은 간절함이다. 시 속에 다른 헛꿈이라도 모셔오고 싶은 절절함이다. 시인이 한 줄 시를 모셔오는 일은 저렇게 지성스러워야 한다./김제 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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