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 개발·정비사업·잇따라…전북 전역에 겹친 공급 파도 수요 전망 흐릿한데 착공은 계속…미분양의 구조 만들어
전북의 미분양 사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지금의 공급 과잉은 지난 수년간 이어진 동시다발적인 주택 공급 정책과 개발 사업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져 나온 결과에 가깝다. 공공택지 조성, 정비사업,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사업이 같은 시기에 겹치며 전북 전역에 ‘공급 파도’를 만들었다.
전주·완주 혁신도시 일대 공공택지 개발, 전주 도심 재개발·재건축, 군산·익산의 신규 택지 조성, 여기에 지주택까지 더해지면서 전북의 연간 공급 물량은 단기간에 급증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수요 예측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인구는 줄고, 청년과 신혼부부는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이미 고착되고 있었지만, 공급 계획은 과거의 인구 규모와 주택 부족 인식을 기준으로 계속 이어졌다.
지역 건설업계는 당시 금리 안정과 분양시장 호황 흐름 속에서 “전북도 이제 공급이 필요하다”는 기대에 맞춰 사업을 확대했다. 그러나 기준금리 급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 자재비 폭등이 동시에 덮치며 상황은 급변했다. 분양은 어려워졌고, 이미 착공에 들어간 사업장은 멈출 수도 없었다. 이때부터 ‘지어놓고 기다리는 집’들이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주택 역시 공급 과잉 구조를 키운 주요 축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를 내세운 지주택들이 전주와 인근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면서, 실수요가 여러 사업장으로 쪼개졌다. 하지만 지주택 특성상 인허가 지연, 토지 확보 문제, 금융비용 증가가 반복되며 입주 시점이 늦춰졌고, 그 사이 일반 분양 물량과 경쟁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공급 구조의 왜곡은 지역 간 격차도 키웠다. 전주 덕진·완산 일부는 그나마 수요가 버텨주지만, 외곽 시군은 미분양이 빠르게 적체되고 있다. 같은 도 안에서도 “팔리는 곳만 팔리고, 안 팔리는 곳은 끝없이 쌓이는”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책의 초점은 여전히 수도권에 머물러 있다. 지난 10월 발표된 ‘10·15 부동산 대책’에서도 “지방은 장기간 하락세로 수요 회복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언급만 있을 뿐, 전북의 미분양 적체와 거래절벽은 구체적인 대응 대상에서 비켜갔다. 같은 시기 서울과 세종 일부 지역은 청약 경쟁률이 수십 대 1을 기록하며 과열 양상을 보였지만, 전북은 준공 후 미분양이 1500가구이상까지 늘고 거래량은 기록적인 감소세를 반복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논의를 꺼내 들면서 전북의 부담은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현재 60% 수준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80%로 오를 경우, 집값 상승 효과를 누리지 못한 지방 주택 보유자들도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게 된다. 가격이 정체되거나 하락한 상황에서 세금만 오르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전북 주택시장을 “공급이 과거를 기준으로 움직이고, 수요는 이미 미래로 빠져나간 상태”라고 진단한다. 인구 구조가 바뀐 만큼, 주택 공급 정책도 전면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단기 분양 성적이 아니라, 향후 10~20년 지역 인구·산업 구조에 맞춘 공급 조절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분양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나온다.<계속>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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