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알짜기업을 줄줄이 인수, 몸집 키우기에 열을 올렸던 대한전선그룹이 2008년을 전후한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고 휭청거리고 있다. 2009년 5월 주거래은행인 하나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는 등 재정상태가 크게 어려워진 것. 이 과정에서 대한전선은 도내 알짜기업들을 줄줄이 시장에 내놓고, 동부산간 주민들의 희망이던 무주기업도시를 무산 위기에 빠뜨리는 등 지역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대한전선 손관호 회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전선을 제외하고 다른 사업군은 새 주인만 나타나면 모두 정리 대상으로 삼겠다. 올 연말 재무구조 개선 약정에서 벗어나고, 자산 매각이 마무리되는 2012년쯤이면 예전의 대한전선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2년 무주리조트와 쌍방울, 고창 선운레이크(골프장) 등 알짜배기 기업을 인수하는데 몰두해 온 대한전선은 참여정부가 추진한 기업도시 사업에 참여해 무주기업도시(주)를 출범시키는 등 한 때 4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이었다.
그러나 대한전선은 기업인수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지난 2008년 전후해 닥친 세계적 금융위기에 부딪쳐 돌아온 부메랑을 맞고 비상 상태에 처했다.
그동안 트라이브랜즈(옛 쌍방울, 현 쌍방울트라이그룹)를 비롯해 캐나다 힐튼호텔 등 알짜기업들을 매각해 8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그룹의 전체 부채가 4조1213억원에 달해(부채비율 400%), 재무구조 약정을 벗어날 수 있는 부채비율(200%대) 확보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대한전선그룹은 무주리조트와 선운레이크, 무주기업도시 등 약 30여 개 비전선분야 정리에 나선 상황이다.
무주리조트의 경우 가격 조율이 여의치 않아 표류중이고, 무주기업도시(주)의 경우 페이퍼컴퍼니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무주기업도시(주)에 따르면 이 회사는 무주군이 18억원, 대한전선이 450억원을 출자해 만들어진 회사이지만, 1년 전 대한전선이 400억여원을 빌려간 뒤 갚지 않고 있다. 사실상 대한전선의 재무적 권리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와관련 무주지역에서는 "대한전선이 무주리조트를 인수하고, 무주기업도시를 한다고 할 때만 해도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며 "그러나 기업사냥꾼처럼 마구잡이 경영을 일삼다 인구 3만명에 불과한 무주 주민들에게 실망만 안겨준 '나쁜 기업' 이미지를 남겼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