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이란 거래 업체 '벙어리 냉가슴'

대금 결제 차질·수출 타격에도 보복 조치 있을까 눈치만…대책 마련 부심

정부가 이란 제재안를 발표한 뒤 이란과 거래하는 도내 업체는 노심초사하며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지난 8일 정부는 이란의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등 이란의 102개 단체와 개인 24명을 금융제재 대상자로 지정해 금융거래를 중단하고, 이란과 금융거래 시 사전허가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국내 은행과 이란 은행 간 환거래를 비롯해 석유 관련 신규투자, 건설수주 등도 제한했다.

 

지난해 도내 수출액 60억 달러 중 이란이 차지하는 비중은 7700만 달러로 거래 국가 중 20위로 집계돼 피해는 적을 전망이다.

 

관계기관들은 이란과 거래하는 업체를 서너곳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현재 애로 접수는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업체들은 '민감한 사안'임을 들어 제재 조치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고, 일부 업체는 제조 공정과 대금결제에 차질을 빚고 있어 수출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10년 가까이 이란과 거래해 온 J사는 '벙어리 냉가슴'이다. 열교환기 등의 공장설비를 수출하는 J사의 수출액 중 30%~40%는 이란 거래처에서 지불한다. J사는 현재 제조가 끝나 출하를 기다리는 제품을 보내지 못해 약속했던 대금을 받지 못하는 상태다.

 

J사 관계자는 "정부의 후속 조치를 파악하며 현재 이란 거래처 관계자, 이 회사의 다른 국내 거래처와 함께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며 "대기업의 수주를 받다 직접 판로를 개척하면서 회사가 도약하는 시기인데 이런 일이 생겨 원망스럽다"고 토로했다.

 

H사도 향후 이란의 보복조치 등을 우려하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H사 관계자는 "일본 경쟁업체는 이란 수출이 거의 없어 적극적으로 제재에 동참했지만 국내 업체는 이란에 비우호적인 행위가 불이익으로 돌아올까 우려하고 있다"면서 "아직 정부의 제재안과 대책 발표가 얼마 되지 않아 관망하고 있지만 불안한 게 사실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수출액이 특정 국가에 몰려 타격이 더 크다"고 귀띔했다.

 

한편 은행연합회는 지난 8일 이사회를 열어 '대금결제 가이드라인'을 밝히고 이란의 살상무기 및 국제테러, 석유 관련 외국환 지급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기획재정부 고시에 따른 허가 대상 거래와 '비제한대상 공사 확인서', '이란교역 및 투자비금지 확인서'를 받고 대외결제망을 확보하면 외국환 거래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