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한편] 억새길에서

장정숙

안으로 무성하여

 

날 세운 억새들

 

언덕백이, 산등성이 바람을 쓸며

 

푸른 눈매 올리더니 갈치마 입었다

 

가을꽃으로 피었다고

 

분수처럼 올리는 흰머리는

 

향기조차 잃었고

 

오직 옆길도 모르고 핀

 

정절만 들고 있다

 

정신대 할머니는, 고운시절 그 미소를

 

어디에서 찾아올까

 

진정한 사랑은 언제나 찾아볼까

 

아픔의 꽃잎들은 알고 피었나

 

서리 허연 길섶을 지키고 있다

 

억새, 그 꽃길……

 

시집 「깍지 우렁이」 중에서

 

김제 출생, 2004년 「지구문학」으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