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서화의 거목' 한눈에

도립미술관 '먹의 미학-서화의 세계' 展 다음달 21일까지

(좌)남정'홍매도, 벽천'산수도' (desk@jjan.kr)

아름다움은 지나간 과거와 이를 정돈하려는 현재의 욕망이 만나 빚어지는 것이다. 전북 서화의 튼실한 맥을 이어왔던 석전 황욱, 강암 송성용, 남정 최정균, 벽천 나상목의 대표작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좌)석전'사해춘', 강암'묵죽' (desk@jjan.kr)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흥재)이 다음달 21일까지 열고 있는 '먹의 미학-서화의 세계'전. 이름 만으로도 설명이 따로 필요하지 않을 만큼 이들이 전북 서화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절대적이다.

 

석전 황욱(1898~1993)은 손바닥으로 붓을 잡고 쓰는 악필의 대가였다. 쌍구법의 해서·행서·초서 등을 즐긴 석전 선생은 수전증을 극복하기 위해 악필법으로 전환, 노년의 마지막 예술혼을 꽃 피웠다. '사해춘','달','상국' 등은 거친듯 하면서도 견고하고 절제된 붓놀림이 잘 드러났다는 평가.

 

강암 송성용(1913~1999)은 어려운 시대를 살면서도 철저하게 전통에 바탕을 두고 붓을 들어온 선비 서예가였다. 해서·행서·초서 등 5체에 능하고 다양한 장르의 문인화까지 품격있게 그려낸 강암 선생은 예술과 삶이 하나였다. 그는 최고의 경지에 이른 인품을 갖출 때 비로소 최고의 예술이 나온다는 것을 깊게 새기고 평생 군자로 살기 위해 노력했다. '묵죽','죽림도' 등에는 선비의 기상을 담은 대나무가 절묘한 먹의 농담으로 푸르게 살아있다.

 

남정 최정균(1924~2001)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예스승이기도 했던 소전 손재형 선생으로부터 글씨와 그림을 익혔다. 남정 선생의 글씨는 전서의 원필획으로 행서와 초서를 구사하는 기법이 소전 손재형에 닿아있지만, 말년에는 자기만의 방필획을 구사하며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남송시대 육우의 한시를 써서 격조높은 운치를 보여준 '홍매도'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남화의 전통과 한국 진경산수화 전통을 현대적인 미감과 양식으로 탈바꿈시킨 벽천 나상목(1924~1999)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하경산수도6곡병','산수도' 등을 통해 돌과 바위의 삼면법, 산과 물의 현장감 있는 표현으로 사실주의적 화풍에 근거한 산수화를 엿볼 수 있다.

 

이흥재 관장은 "전북 서화에 큰 발자취를 남긴 거목의 작품들을 한눈에 아우를 수 있는 자리"라며 "전북 미술사에서도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전북도립미술관과 KBS 전주방송총국이 공동 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