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타형식(Sonata form)이라는 용어는 1800년경 이론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독일의 코흐(Heinrich Christoph Koch·1749~1816)가 하이든의 후기작품을 얘기하면서 처음으로 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19세기 중엽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1770~1831)의 변증법적 사고에 동감했던 마르크스(Adolf Bernhard Marx·1795~1866)는 정(正. Thesis), 반(反. Antithesis), 합(合. Synthesis)의 조화 원리를 소나타형식의 구성원리 설명에 응용하였다. 제1주제와 제2주제가 정·반으로 대비를 이루다가 합으로 조화를 이루는 미학의 형식이라는 것이다. 소나타 형식은 이와 같이 조화를 구현하는 미학적·철학적 사고가 배어 있는 음악 형식이다. 하긴 푸가형식이나 론도형식, 가곡의 세도막형식 등도 다 비슷한 원리이긴 하다. 그래서 음악의 조화로움은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것이다. 대비와 조화! 문득 생각해보면 세상의 본질이 대비와 조화이다. 남성스러움과 여성스러움, 사나움과 온순함이 어울어 있는 세상이 조화로운 세상 아니던가? 산과 강, 하늘과 땅의 대비가 아름다우니 조화로운 세상 아니던가? 뚱뚱이와 홀쭉이, 꺽다리와 난장이의 대비가 재미있지 않던가? 그런 원리가 소나타형식에서 제1주제와 제2주제로 상징되어 있다. 제1주제와 제2주제는 서로 상관있는 조성(調性)관계로 음악적 대비를 보이며 제시부에서 제시될때 조성만이 아니라 선율의 성격도 대비되게 제시된다. 제1주제가 남성스러우면 제2주제는 여성스럽게, 반대로 제1주제가 여성스러우면 제2주제는 남성스럽게 제시되는 것이다. 두 주제는 발전부에서 재미있는 변화와 함께 신나게 어울리며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노래한 후 재현부에서 다시 처음처럼 나타나 균형있는 음악의 통일을 이루는 것이다. 통일성 안의 다양한 변화는 예술이 추구하는 최고의 미학이다.
소나타와 소나타 형식은 다르다. 소나타는 3악장 혹은 4악장의 기악곡 한 장르 전체의 명칭이다. 그러나 소나타형식은 교향곡이나 협주곡, 소나타 등 기악곡의 한 악장에 사용되는 한 형식인 것이다. 물론 첫 악장 외에 다른 악장에도 소나타형식을 사용하는 예가 많지만 교향곡이나 협주곡, 소나타 등의 첫 악장은 대개 소나타형식을 사용한다.
바로크 시대에는 단음계 음악을 좋아한 반면 고전시대에는 장음계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비발디 협주곡의 4분의 1 이상이 단음계 곡이고 J.S.바흐의 협주곡도 거의 반이 단음계 곡인데 비해 18세기 후반에 활동한 J.S.바흐의 막내아들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나 하이든, 모차르트의 협주곡들은 장음계 곡이 월등히 많다. 장음계 음악이 단음계 음악보다 더 밝고 활기있는 기쁨을 주는 음악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클래식 음악사에서 고전시대의 가장 귀중한 공헌이라고 할 수 있는 소나타형식은 그러나 그와같은 장·단음계에 관계없이 밝고 안정적으로 출발한 후 안정적인 조(Key) 안에서 예상 가능한 대비되는 주제를 제시하며 변화무쌍한 소리를 펼치다가 다시 원래의 조와 주제로 돌아오는 음악이다. 이같은 형태가 고전시대 소나타 형식의 완성된 준거였다. 대다수 소나타의 악장별 빠르기인 1악장(빠름), 2악장(느림), 3악장(미뉴에트나 스케르초), 4악장(아주 빠름)의 악장간 대비도 빠름, 느림, 빠름의 대비와 조화의 미학이다. 3악장의 미뉴에트나 스케르초는 빠름, 느림만 있다보니 행여 단조로울까봐 더 큰 재미를 위해 익살스러운 분위기의 음악을 넣어 또다른 대비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대비(Contrast)있는 조화(Harmony)는 아주 귀한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고전시대 음악의 이상은 조화, 균형, 정제, 세련이다. 소나타 형식에는 이와 같은 고전시대 음악의 이상이 깊게 배어있다. 하이든이나 모차르트, 베토벤의 교향곡이나 협주곡, 소나타를 한곡 들으며 대비와 조화의 분위기를 느껴보면 세상만사와 어우러져 클래식이 훨씬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