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에 허우적대는 사랑아, 우습구나

'김무철의 춤-월하정인'…전통춤·신무용·창작춤 한자리에

신윤복의 '월하정인(月下情人)'에는 두 사람의 연정이 어스름하게 녹아 있다. 쓰개치마를 둘러쓴 여인은 수줍어하면서도 야릇한 정이 볼에 물들었다. 끝없는 인간 욕망의 단면. 김무철씨가 오랜 만에 내놓은 '김무철의 춤 - 월하정인'은 노자의 「도덕경」을 빌어 역설적인 해석을 내놓는다. 그는 "욕망이나 욕정으로 허우적대는 사랑을 비웃고, 인내와 절제미를 강조하는 '조용한 사랑'을 풀어내고 싶었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전북 춤의 전설이 된 금파 김조균 선생(1940∼1998)의 제자이자 아들. '바람 한 자락 붙들었다' 놓듯 '한량춤'을 풀어낸 금파 선생은 간암으로 눈을 감기 전 한량춤 부채를 건네주었다. 그는 지금도 그 때 그 부채로 춤을 춘다. 1998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가 된 '금파류 한량춤'은 뛰어난 예술성과 흥을 역동적인 춤사위로 풀어낸 남성 홀춤. 호남의 여유있는 산천을 휘감아 차지고 야무지게 울리는 흥이 춤 안에 담겼다는 평가다. 그의 몸짓은 투박하면서도 넉넉한 품이 있었던 금파 선생의 춤을 닮았다.

 

이번 무대에서는 전통춤, 신무용, 창작춤에 이르기까지 우리 춤의 근대사를 한자리에 풀어놓는다.

 

"한국 춤을 어떻게 규정하고, 구조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한참 고민했습니다. 동양사상을 바탕에 두면서도 현대적 미학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죠.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시도한 무대입니다."

 

그의 춤 여정을 함께한 내노라하는 춤꾼들도 무대에 오른다. 전 국립무용단 주역 무용수로 활동했던 정혁준의 '최현류 시나위춤', 이경수의 '국수호류 입춤', 대불대 전통연희과 교수 염현주의 '박병천류 북춤', 한양대 무용학 박사이며 더덕대학 겸임교수인 조하나 춤자국 예술감독의 '살풀이춤'이 선보인다. 젊은 춤꾼 한유리(금파무용단 단원·서울예술단 단원)도 바람의 공명과 함께 아름다운 몸짓으로 풀어진다.

 

▲ 김무철의 춤 '월하정인' = 3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