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의 거리에서] '전북대학졸업전' 을 보다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전북대 전주대 원광대 군산대 미대 졸업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관은 실험정신으로 가득 찬 젊은이들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열기가 넘쳐났다. 처음 대충 둘러보다가 다시 한 번 전시관을 돌며 그림들을 찬찬히 보기 시작했다. 김종명의 작품을 떠났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다시 돌아와 그의 그림 앞에 서 있기도 했다. 완성된 그림 앞에 서면 긴장하다가 그 그림에서 자유를 얻을 때 나는 그 그림을 마음속에 그리며 그 그림 앞을 떠난다. 이다현의 작품에 나는 주목하였다. 풋풋하고 생기 넘치는, 그러나 정돈된 안정감이 예사롭지 않다. 오래도록 진득하게 붓을 들고 그림에 매달리길 바란다. 김문주 박진희 윤종승의 작품들이 좋았다. 특히 윤종승의 작품은 묘사력이 뛰어났다. 어떻든 형상은 생시인 듯 살아 있어야 한다. 사물들의 정직한 균형과 긴장과 조화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낸다.

 

전시회에서 나를 흥분시킨 작품은 노영석의 작품이었다. 특히 노영석의 자화상은 나를 꼼짝 못하게 했다. 구름을 탄 손오공(?)은 평소 입고 다니는 반바지와 쪼기를 걸치고 두 손을 반바지 주머니에 편하고 자연스럽게 찔러 넣고 배를 불쑥 내밀었다. 태도가 너무 태연해서 건방져 보인다. 턱은 안으로 살짝 끌어 당겼다. 이 또한 자신감이 넘쳐 버릇 없어(?) 보인다. 두 눈은 또렷하게 그러나 아주 느긋하게 멀리 정면을 부드럽고도 당당하게 응시하고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왼쪽 입 꼬리를 위쪽으로 살짝 올려 찢었다. 비웃는다. 얄밉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모습이 태연하고 도도하고 건방지기도 거들먹거리는 듯도 하여 자신감이 넘친다. 그런데 놀랍게도 쓸데없는 겸손과 아부가 없어 여유만만 낙천적이면서 품위와 품격을 두루 갖추었다. 온몸이 너무 생생해서 웃긴다. 산과 마주서도 절대 밀리지 않을 뱃심과 뚝심도 갖추었다. 나는 놀고 싶은'이 녀석'을 찾아 내 앞에 세웠다. 참 네, 이 녀석 배를 툭 치고 싶은 정다움과 포근함을 가진 놈이다. 내가 배를 툭 치며 "잘했다"고 했더니, 왼쪽 입 꼬리를 위로 찢으며 빙긋 웃는다.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오만 방자한 손오공을 닮은 놈이다. 기대가 크다. 부디 술보다 그림을, 친구보다 그림을, 여자보다 그림을, 생활보다 그림을, 제발 고립되어 외롭길, 그리고 자기보다 더 그림을 생각하는 손길이 세상을 끝이 없이 더듬길……. 하나 마나 한 소리 같지만 부디 초심을 잃지 말라. 제발 공부해서 세계와 맞서라. 젊음은 어디서든 희망이다. 진실하고 정직할 때 말이다.

 

/ 김용택(본보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