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에서 나를 흥분시킨 작품은 노영석의 작품이었다. 특히 노영석의 자화상은 나를 꼼짝 못하게 했다. 구름을 탄 손오공(?)은 평소 입고 다니는 반바지와 쪼기를 걸치고 두 손을 반바지 주머니에 편하고 자연스럽게 찔러 넣고 배를 불쑥 내밀었다. 태도가 너무 태연해서 건방져 보인다. 턱은 안으로 살짝 끌어 당겼다. 이 또한 자신감이 넘쳐 버릇 없어(?) 보인다. 두 눈은 또렷하게 그러나 아주 느긋하게 멀리 정면을 부드럽고도 당당하게 응시하고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왼쪽 입 꼬리를 위쪽으로 살짝 올려 찢었다. 비웃는다. 얄밉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모습이 태연하고 도도하고 건방지기도 거들먹거리는 듯도 하여 자신감이 넘친다. 그런데 놀랍게도 쓸데없는 겸손과 아부가 없어 여유만만 낙천적이면서 품위와 품격을 두루 갖추었다. 온몸이 너무 생생해서 웃긴다. 산과 마주서도 절대 밀리지 않을 뱃심과 뚝심도 갖추었다. 나는 놀고 싶은'이 녀석'을 찾아 내 앞에 세웠다. 참 네, 이 녀석 배를 툭 치고 싶은 정다움과 포근함을 가진 놈이다. 내가 배를 툭 치며 "잘했다"고 했더니, 왼쪽 입 꼬리를 위로 찢으며 빙긋 웃는다.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오만 방자한 손오공을 닮은 놈이다. 기대가 크다. 부디 술보다 그림을, 친구보다 그림을, 여자보다 그림을, 생활보다 그림을, 제발 고립되어 외롭길, 그리고 자기보다 더 그림을 생각하는 손길이 세상을 끝이 없이 더듬길……. 하나 마나 한 소리 같지만 부디 초심을 잃지 말라. 제발 공부해서 세계와 맞서라. 젊음은 어디서든 희망이다. 진실하고 정직할 때 말이다.
/ 김용택(본보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