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IT산업 현황과 과제] ②광주에 무슨 일이 있었나

정부통합전산센터 운영 인재·기업역량 키웠다

전북대 컴퓨터공학과 조기환 교수와 학생 등 60여명이 지난달 광주 정부통합전산센터를 방문해 중앙기관의 서버와 네트워크 등에 대한 관리 현황을 둘러봤다. (desk@jjan.kr)

전북대 컴퓨터공학과 조기환 교수와 학생 등 60여명은 지난달 광주 정부통합전산센터를 방문했다. 관공서의 서버 등 수천여 대를 통합 관리하는 센터를 보며 학생들은 '이렇게 클 수가 있느냐'며 연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기업이 운영하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한 학생들에게 정부통합전산센터는 그야말로 문화적 충격과 부러움으로 다가왔다. 이날 학생들과 함께 센터 견학을 한 조기환 교수는 조만간 센터를 다시 찾을 계획이다. 센터와 광주지역 협력업체 등에 MOU를 체결해 학생들의 배움 기회를 넓히고 취업문도 함께 뚫어보겠다는 생각에서다.

 

▲광주 IT업계에 젖줄 역할

 

2007년 11월에 설립된 광주 정부통합전산센터(이하 센터)는 행정안전부, 국세청, 외교부, 경찰청 등 22개 중앙정부기관의 정보시스템을 집적화해 관리하고 있다. 서버와 네트워크 및 보안장비 등만 6900여대에 달하는 거대 규모다.

 

센터관계자는 상주근무자 500여명과 유지보수 업체 직원 등 3000여명의 인구유입효과를 냈고, 올해에는 687억원의 예산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IT인재양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형 위탁유지보수 사업에는 반드시 지역업체와 공동수급 하도록 하고, 대기업을 제외한 지역 중소업체만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해 운영하고 있다. 센터가 보유한 첨단 IT자원을 활용한 지역 IT인력 양성 및 역량강화의 일환으로 광주·전남지역 5개 대학과 MOU를 체결해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조기환 교수는 "센터 내 장비에 대한 유지보수 예산만 연간 1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며 "유지보수는 대기업이 수주하더라도 대부분 인력은 지역업체들이 맡기 때문에 광주지역 IT업체에 돌아가는 경제적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센터 설립 뒤 광주지역 IT업체도 급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광주 동하테크의 경우 2007년에 직원 25명, 연매출 30억원대였지만 현재는 1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해 15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올해에는 전주와 대전에 지사를 설립하며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동하테크처럼 센터 설립 뒤 비약적 성장을 기록한 광주 IT업체는 4곳. 이외에도 많은 업체들이 센터의 후광을 크게 입고 있다.

 

▲인재와 기업의 역량 키워

 

센터의 설립은 일자리 창출, 기업의 성장과 함께 인재 양성이라는 큰 성과를 불러왔다. 중앙부처의 시스템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다보니 광주지역 IT업체의 역량이 급성장 했고, 고급 기술력을 보유한 인재들도 늘어났다. 센터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인력 중 매년 5% 정도는 삼성과 LG 등 수도권 대기업이 채용하고, 그 빈자리는 대학을 졸업한 신규 인력들이 채우게 된다.

 

동하테크 김용수 부사장은 "센터에서 큰 장비를 자주 다루면서 중앙 단위의 업무 프로세스를 익히게 됐고, 내공이 커져 수도권 중견업체와 비등한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며 "기업 뿐 아니라 직원들 역시 고급기술자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가 성장함에 따라 수도권의 인재들이 내려오는 경향도 있어 김 부사장은 "우리회사에는 수도권에서 일해 온 전북지역 대학 출신 경력 엔지니어도 10여명이 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제3, 제4의 정부통합전산센터

 

현재 정부통합전산센터는 대전의 1센터와 광주의 2센터가 있다. 3년여 전 두 센터의 백업센터로서 3센터의 건립 필요성이 대두됐다 잠잠해졌다. 하지만 다시 제3, 제4 센터의 설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대전, 광주 통합전산센터에 들어가지 않은 중앙부처 미통합 전산자원과 325개 정부 산하기관 및 286개 공공기관 자원을 통합하기 위해 내년 2월까지 컨설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조기환 교수는 "IT 학과를 졸업한 도내 대학생들은 수도권 기업, 도내 대기업, 유망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몇몇을 빼고는 대부분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일자리 찾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며 "도내에서 정부통합전산센터가 들어온다면 IT관련 업계와 대학 뿐 아니라 지역경제를 살리는 엄청난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