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혼자 살 수 없잖아요. 세상 살면서 가장 어렵고 고민되는 문제가 사람과의 관계설정 같습니다. 화폭에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남자들이 얽혀있는 것은 서로 짓밟고, 부둥켜 안고 때로는 홀로 갈 수 밖에 없는 복잡한 인간관계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2004년부터 벌거벗은 남자 군상만 그린 서양화가 이주리(38)의 여덟 번째 개인전의 테마는 '던져짐-살다'. 1년여 작업한 14점을 출품했다.
테마처럼 구도잡을 때부터 대상을 던져버렸다. 존재를 공중에 '붕 '띄워져 있도록 해 세상과 우주에 던져진 느낌(어머니 뱃속에서 나오는 상황의 시작, 공간이 달라진 새로운 시작)을 묘사했다.
발이 허공에 떠 있는 상태에서 꿈틀거리는 몸부림은 제각각 진실한 희망을 찾아가는 현대인의 우왕좌왕하는 모습, 희망의 몸부림을 담았다고 작가는 말했다.
"왜 남자만 그렸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데, 남·녀 구분이 없는 한 인간을 그렸다고 보면 될 거예요. 군더더기를 넣고 싶지 않아 머리카락마저도 없앴죠."
인체 작업은 원광대 졸업 후부터. 그는 "뒷모습이 더 진실한 내면의 표정 같다"고 했다. 얼굴은 억지로 웃을 수도 있고 꾸밀 수도 있지만, 뒷모습은 가식이 있을 수 없다는 것. 이번 작품에도 앞모습은 보이지 않고 온통 뒷모습만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작년부터 청록색톤에서 회색톤으로 갈아입은 작가는 "치열하고 강한 이미지보다는 편안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화폭에서 색깔의 변화는 작가가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레지던스 입주 작가로 서울서 개인전을 열고 싶어요. 색깔이나 형식이 달라질 수 있죠. 그래도 사람을 계속 그릴 겁니다. 그것도 남자만. 성적인 이미지가 부각되는 여성의 몸은 내키지 않거든요.
△제42회 청년작가초대전 이주리=12월 2일~15일 전주우진문화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