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배병우씨의 소나무 사진을 흉내 내려는 사람들은 많다. 그의 흑백 소나무 사진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사진작가 안미선(56·전주 제일고 교사)씨는 도심에서 세월이 비켜선 듯 서 있는 소나무에 주목했다.
"소나무가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온 것은 개발의 논리에 따라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고 밀려온 것이죠. 다시 뿌리를 내릴 '제2의 고향'을 기다리며 길가에 대기하고 있거나, 운 좋은(?) 녀석들은 도심 속 인간의 미감에 맞게 몸매를 다듬으며 이제는 주인이 된 인간들의 눈요깃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그의 소나무에는 애잔한 감정과 쓸쓸함이 교차된다. 그는 "사람들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숲을 훼손시킬 때 소나무는 빗물 젖은 무거운 어깨로 이 모든 것을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가느다란 줄 하나에 의지하고, 서로를 버팀목삼아 서 있는 소나무들의 모습에서 이제 선비의 기개는 물론 위용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그저 노래로 치면 서민의 애환을 담아내는 유행가일 뿐이고 서로 희망 삼아 삶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는 너와 나, 우리들의 초상일 뿐이죠."
사진집 출간은 미완의 과제. 다만 '지금 여기'에는 없는 '그 때 그 곳'의 소나무가 기록했다는 걸 위안으로 삼았다. 그는 "내가 지금 찍고 있는 사진이 훗날 '꼭 찍었어야 할 사진'이었으면 한다"는 철학은 여전히 변함 없다고 했다. 남원 출생인 그는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안미선 사진전 '길로 나온 소나무'=21~27일 전북예술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