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끝으로 전하는 농악의 신명' 老화가 열정 멈추지 않다

홍순무 원광대 명예교수, 설 맞은 '농악' 작품

홍순무 원광대 교수 '농악' (desk@jjan.kr)

"어렸을 때부터 농악 치는 걸 좋아했어요. 신나. 참 좋아. 설이나 구정 때가 되면 농악이 골목길에 나오는데, 밥 먹는 것도 잊고 따라 다니기만 했어요. 내가 농악을 그리게 된 것도 동경해서죠."

 

학교에서 정년 퇴임한 지 올해로 11년을 맞았다. 붓을 놓고 편히 쉴 법한 나이에도 홍순무 원광대 명예교수(76)는 요즘 매일 붓질에 여념이 없다. 5월 서울에서 열다섯번째 개인전을 앞두고 있어서다. 인물과 정물, 풍경화 등 다양한 대상을 화폭에 담아내온 그는 '농악'을 주제로 한 연작이 단연 압권. '한국의 소리'와 '사물놀이', '축제' 등 농악을 바탕으로 그려진 작품들은 금세라도 신명과 흥취가 나오는 듯 한국적 색채와 움직임으로 화폭을 구사하고 있다.

 

"내 작품에 중점을 둔 것은 놀이패의 움직임이에요. 움직이는 동작을 더 실감나게 하기 위해 크로키도 많이 했습니다. 꽹과리 잡는 법 알아요? 그걸 위해 농악도 배웠습니다."

 

그는 '농악'만 그릴라 치면, 귓속에서 꽹과리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했다.

 

"풍물의 중심은 꽹과리입니다. 기본 장단 3가지를 익히면 얼마든지 변형된 장단을 연출할 수 있어요. 특히 꽹과리의 선창으로 엇박자를 두드리고 북이 뒤를 받치면 제 아무리 무덤덤한 사람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되죠. 신묘년에는 농악의 흥과 장단의 흐름을 타면서 모두가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지길 바랍니다."

 

구상화 계열의 자기 세계를 고집스럽게 이어온 그는 조형세계를 보다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게 하는 작품들이 많다. 서울대와 원광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무수한 그룹전에도 참여했다. 제자들과 함께 '백색회'를 창립, 교단에서 그림을 전공하는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담아내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작가, 전북미술대전 초대작가로 지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