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현대미술 흐름, 다양하게 조망한다

제29회 화랑미술제 서울 코엑스서 개막

국내 최대 미술시장인 '제29회 화랑미술제' 가 지난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된 가운데 관람객들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desk@jjan.kr)

"저 작품, 얼마죠?" "달걀껍질로 효과를 낸 작품인데 200만원입니다."

 

12일 '제29회 화랑미술제'가 열리고 있는 서울 코엑스에는 국내 화랑 대표뿐만 아니라 한 발 먼저 더 좋은 그림을 사려는 컬렉터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40~50대 여성들은 화랑 부스를 찾아다니며 작품과 가격에 대해 문의했다.

 

지역 미술시장 활성화를 내걸고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산에서 열다가 서울로 다시 돌아온 화랑미술제는 올해 처음 코엑스에서 열렸다. 지난해 84곳보다 18곳이 줄어든 66개 화랑이 참가해 행사 규모는 다소 축소됐지만, 회화 조각 판화 사진 미디어 등 3000여 점이 전시,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과 그 본류를 더듬는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였다. 전시 작품의 가격은 몇 십만원부터 수 천 만원까지 다양했고, 실내에 걸 수 있는 아담한 크기의 작품도 많았다. 화랑들은 불황을 의식해서인지 수준은 있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의 작품을 내놓느라 고심한 흔적이 보였다.

 

전주 서신갤러리(대표 박혜경)는 올해 일반인들의 미술품 구매를 이끌어내기 위해 '착한' 가격의 '좋은' 작품을 내놓았다. 올해 처음 화랑미술제에 참여한 '비둘기 작가' 이종만씨(한국전통문화고교 교사·서양화)는 생동감 있는 비둘기와 강렬한 색채의 맨드라미, 도라지꽃을 소재로 한 작품이 인기를 누렸다. 20여 년간 '길 시리즈'만 해온 류재현씨 (임실 동중 교사·서양화) 역시 올해 처음 화랑미술제에서 숲길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은주 서신갤러리 큐레이터는 "'전북에 이런 작가가 있었느냐'는 말까지 들었다"며 "올해 처음 나온 작가들의 경우 작품 가격이 형성되지 않아 비교적 부담 없는 수준이긴 해도 경기가 침체된 것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반응"이라고 말했다.

 

전주 아카갤러리(대표 박지혜)도 '극사실주의 화가 1세대'로 꼽히는 지석철 홍익대 교수의 '예사롭지 않은 날'을 비롯해 디지털 그림을 중첩시켜 다양한 이미지가 겹치고 반사된 서양화가 허미회씨의 설치 작업 등이 많은 관심을 끌었다. 박지혜 대표는 "미술계가 불황이라고 하지만 화랑미술제를 둘러보니 미술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 출신이지만 다른 지역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작가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무념무상의 경지를 먹의 농담으로 풀어낸 수묵화의 대가 송수남씨를 비롯해 눈을 데굴데굴 굴리는 호랑이와 밝고 환한 달, 달개비 등을 그린 한국화가 모용수씨, 나이프로 물감을 눌러 찍는 방식으로 입체적인 파꽃의 아름다움을 드러내온 서양화가 최 향씨, 계절에 따라 생성되고 소멸하는 자연의 순환과정을 비움과 채움으로 보여준 한국화가 임 효씨의 작품 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화랑미술제는 1979년 시작된 국내 최초의 미술품 장터(아트페어)로, 외국 화랑들도 참여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와는 달리 국내 화랑만이 참여하고 있으며, 14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