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호' 프로축구연맹, 개혁 본격 시동

정몽규(49) 현대산업개발 회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영입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아시아 최고의 프로축구 리그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향해 본격적인 시동을 건다.

 

프로축구연맹은 현대오일뱅크를 2011년 K리그의 타이틀 스폰서로 영입해 취약한 재정 구조를 개선한 데 이어 정책 결정의 합리성을 높이고 상급단체인 대한축구협회와의 원활한 공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본격적인 행정 쇄신에 나선다고 23일 밝혔다.

 

연맹 집행부가 당면한 최대 현안은 이사회 개편 문제고, 일단 25일 열릴 예정이던 이사회는 다음 달 초로 미뤄졌다.

 

이사회의 인적 구조 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K리그 비전프로젝트추진위원회가 설정했던 '20년 내 아시아 최고 리그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개혁안을 모색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현행 이사회는 16개 구단 단장이 당연직 이사를 맡고 프로연맹 총재, 사무총장, 축구협회 파견자 1명(전무이사)이 참여해 총 19명으로 구성돼 있다.

 

연맹 이사회는 그동안 각 구단의 이해가 걸린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신속하게 결정하지 못하고 이사들에게 발목을 잡히는 등 사실상 '이익단체'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또 국가대표 차출 과정에서 일부 K리그 구단의 비협조로 협회와 프로연맹이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이는 부작용이 많았다.

 

신임 정몽규 총재가 비상대책위원회의 프로연맹 수장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이사회 개편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연맹 살림살이를 책임지게 된 안기헌 신임 사무총장은 이사회 개편안을 마련하기 위해 조만간 16개 구단 단장들과 접촉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개편구상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사회 전체 인원을 줄이면서 사외이사를 대폭 수혈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마케팅, 법률, 언론, 축구계 등의 전문가 그룹을 사외이사로 참여시키는 대신 당연직 이사인 구단 단장들의 수를 줄이는 복안이다.

 

16개 구단 중 기업형 구단이 9개, 시민구단이 6개(상주 상무 제외)여서 비율에 따라 구단 단장 이사는 종전 16명에서 5∼10명으로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의 경우 J리그 3명, 구단 대표 6명, 일본축구협회 파견 3명, 사외이사 5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신 특정 구단의 독점을 막는 장치로 기업형과 시민구단 이사들이 임기제로 구단별로 번갈아 맡도록 하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

 

한 구단 단장은 "당장 2013년까지 국내 프로축구가 프로 리그 '승강제'를 하지 않으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자격이 박탈되기 때문에 강등 구단의 반발이 예상되고 이를 최소화하려면 합리적인 이사회 개편이 필요하다"면서 "이사회 개편은 K리그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불가피한 진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맹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방송 중계권 문제와 더불어 이사진 개편이라는 난제로 시험대에 오른 정몽규 총재가 어떠한 지도력을 발휘할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