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화상에는 변기, 오물 등 지저분한 것들이 등장한다. 그 속에 나는 '썩소'를 날리면서 얄궂게 웃고 있다. 악동 같은 이미지, 그게 바로 나다. 기자들이 하는 단골 질문 중 하나가 "자화상에 늘 왜 지저분한 것들이 등장하느냐"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대답한다. 누구나 자신이 감추고 싶은 부분이 있게 마련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걸 외면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라고 본다. 버려지는 나도 나고, 그 안에 있는 나도 나다. 내 작품을 보면서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릴까, 웃을까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버려지는 나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자는 취지다.
나는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퍼포먼스, 설치 미술 등 다양한 작업 방식을 해왔다.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나 갈등 때문이 아니라 내가 표현하는 방식에 대한 한계를 느끼고 싶지 않아서다.
'미술가' 안에는 다양한 장르가 존재한다. 하지만 여기에 갇히지 않고 자유로운 표현을 느끼고 싶다. 예를 들어 '내가 남한테 무엇인가 주었을 때 돌려받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다면, 나는 거기에 맞는 작업 방식이 무엇일까 고민해본다. 이런 경우 내가 상대방에게 직접 다가서서 무엇을 건넸을 때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살펴보는 행위예술이 더 적합할 것이다. 3월 서울에서 다섯번째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인간 김용수'에 조금이라도 호기심이 든다면, 한번쯤 들러주시길.
▲ 서울 출생인 그는 전주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네번째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