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 '두 마리 토끼' 잡을까

16일 아레마와 ACL 조별 예선…최강희 감독 "K리그 선두 발판 삼겠다" 자신감

"도랑 치고 가재도 잡겠습니다."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은 오는 16일 치르는 아레마 말랑(인도네시아)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경기를 올 시즌 팀의 성적을 좌지우지할 승부처로 봤다.

 

이 경기의 승패에 따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이하 ACL)뿐만 아니라 K리그 한 해 농사에도 막대한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15시간이 넘게 걸린 인도네시아 원정길에도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의 얼굴에서 지친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강한 자신감은 올 시즌을 앞두고 구축한 두터운 선수층에서 나왔다.

 

전북은 16일 경기를 앞두고 하루를 꼬박 걸려 13일 자정(현지시간)이 다 돼서야인도네시아 말랑에 도착했다.

 

'살인 원정길'이었던 만큼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과 에닝요 등 소위 주전급이라 불리는 7명을 한국에 놔두고 왔다.

 

20일 부산 아이파크와 K리그 홈 경기를 치르는 탓에 18일 새벽에나 전주에 도착하는 전북으로선 '대기 인력'의 체력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북은 정성훈·김동찬·이승현 등 즉시 전력감 선수들을 보강해 '더블 스쿼드'를 꾸렸다.

 

한 포지션마다 2명씩의 선발 선수를 보유한 전북에게 이제 '베스트 11' 명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기 상황에 맞춰 여유롭게 선발 명단을 조합할 수 있기 때문에 '베스트 22'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최강희 감독은 16일 인도네시아 원정 경기를 앞두고 이름이 알려진 몇몇 선수들을 제외한 건 맞상대인 아레마를 무시한 처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오히려 "아레마는 지금 인도네이사 대표팀 선수만 6명 넘게 보유한 강팀인데다 현지 축구팬들의 열기는 K리그를 훨씬 능가한다"며 원정 경기를 앞두고 잔뜩 긴장했다.

 

초반에 선제골을 넣지 못하면 인도네시아 홈팬들의 압도적인 응원에, 습한 날씨변수까지 겹쳐 승부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경계심의 발로였다.

 

최 감독은 "아레마가 지난 1차전에서 세레소 오사카에 1-2로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며 "초반 싸움에서 져 신경전에 말리면 큰코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북은 무조건 인도네시아에서 승점 3점을 따고 돌아가겠다는 각오다.

 

단순한 승리욕이 아니라 '두 마리 토끼 사냥'을 이루기 위한 최강희 감독의 교묘한 시나리오에서 나온 계획표였다.

 

앞으로 남은 세레소 오사카와 산둥 루넝 등과의 머나먼 원정 경기가 K리그 주말경기 가운데 끼어 있는 탓에 자칫 K리그 경기를 모두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최 감독은 일찌감치 조 1위를 확보해 K리그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최 감독은 K리그를 마라톤에 비유하며 초반 10경기에서의 성적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리그 일정이 엄청나게 먼 거리를 뛰는 것 같지만, 초반부터 선두그룹에 끼어들지 못하면 낭패하기 십상이라는 얘기였다.

 

따라서 최강희 감독은 "시즌 초반 K리그 선두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이번아레마와의 경기에서 무조건 이겨 다음 예선 경기에서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16일 아레마와의 경기에서 이동국의 빈자리를 정성훈과 로브렉이 메우는 4-4-2 전술을 내세울 예정이다.

 

초반부터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쳐 선제골을 따내는 것은 물론 허리 지역에서부터 거친 플레이로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각오다.

 

최 감독이 바라는 ACL 예선 성적 시나리오는 4승2무 내지는 5승1패다.

 

원정에서 한 경기를 내주더라도 비축한 체력으로 K리그 경기에서 승점을 차곡차곡 쌓아가겠다는 의미였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동반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들어간 전북이 이번 아레마전 경기에서 중요한 단추를 잘 끼울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