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전북 전성기 이끌 '이적 4인방'

올 시즌 영입 , 정성훈·이승현·김동찬·염동균…ACL 조별 예선 2차전 앞두고 '구슬땀'

"우리도 어엿한 주전 멤버입니다."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이적 4인방'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2차전을 이틀 앞두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14일 오후 인도네시아 말랑시 가라야나 경기장.

 

두 시간 넘게 계속된 고된 훈련에 선수들의 유니폼은 진흙으로 검게 물들어 있었지만, 이마 위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은 유난히 환하게 빛났다.

 

이들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북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전북은 부산 아이파크에서 정성훈(32)과 이승현(26), 경남FC에서 김동찬(25), 전남 드래곤즈에서 수문장 염동균(28)을 영입해 꿈에 그리던 '더블 스쿼드'의 위용을 꾸렸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와 K리그를 모두 치르려면 잦은 원정길을 치러야 하는 탓에 이들 이적생의 보강은 전북의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든든한 힘이 됐다.

 

다른 ACL 출전팀(FC서울·제주 유나이티드·수원 삼성)보다 체력 면에서 유리한고지에 섰음은 물론, 양대 리그에서 상대하는 팀마다 '맞춤형 전술'을 펼칠 수 있는이점도 챙겼다.

 

전북이 2006년 이후 5년 만에 ACL 우승과 함께 2년 만에 K리그 정상 자리도 되찾아 이른바 '전북 전성시대'를 열려면 이들 이적생의 활약이 절실하다.

 

이들 중 맏형인 정성훈은 "무엇보다 전북의 두터운 선수층이 선수 개개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좋다"고 말했다.

 

베스트 11이 정확하게 구분되지 않다 보니 선수들 스스로 주전 멤버라는 책임감이 강해져 팀의 응집력이 배가된다는 얘기였다.

 

2009년 선수 생활을 위협한 부상 악재를 털고 지난 시즌에 복귀해 11골을 몰아넣은 정성훈은 전북에서 한 번 더 날아오르겠다는 각오다.

 

부산에서 건너온 또 다른 이적생 이승현은 "성훈이 형과 함께 전북으로 와 심적으로 든든하다"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전북의 발 빠른 날개가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승부 근성이 부족하다는 최강희 감독의 따끔한 지적에 이승현은 "이젠 악을 품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경남FC의 '꼬마 슈터' 김동찬도 전북에서 두 번째 축구 인생을 시작한다.

 

차출 멤버로 전전하다 조광래 전 감독의 부임 시절 눈도장을 받은 김동찬은 2009-2010시즌 후반기에만 두자릿수 골을 기록하며 일약 선발 공격수로 거듭났다.

 

하지만 "승부 근성이 없고 게으르다"는 지도자들의 핀잔은 지겹게 꼬리표처럼 따라붙었고 지난 시즌엔 단 2골에 그치며 주저 앉았다.

 

168㎝ 단신에도 타고난 돌파력과 순발력은 무궁무진했지만 더는 발전하지 못하고 기복을 거듭하는 모습은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김동찬은 "플레이가 마음대로 안 되면 다음엔 잘 되겠지라고 생각하다 보니 근성이 모자란 것처럼 보인 것 같다"며 "팀을 옮긴 만큼 악바리 근성으로 꾸준한 활약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하다 전북에 가까스로 둥지를 마련한 골키퍼 염동균 역시절치부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우여곡절 끝에 4년간 몸담았던 전남을 떠나 '이웃 라이벌' 전북의 문지기가 된 염동균은 반드시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겠다고 별렀다.

 

광주 상무 시절을 포함해 10년 가까이 프로생활을 했지만 FA컵 말고는 우승 반지를 껴본 적이 없다는 염동균은 "K리그 우승이 소원이었다"며 전북에서 우승의 한을 풀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즉시 활용할 수 있는 4명을 보강해 어느 팀 못지 않은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며 "전북이 다른 팀들이 모두 두려워할 만큼 강팀이 되려면 이적생들이 제 몫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적생 4인방은 16일 아레마 말랑(인도네시아)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예선전에서 모두 선발 요원으로 출전한다.

 

이들이 '인생 역전'은 물론 '전북의 전성시대'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