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과 형태의 재구성. 내 작업의 특징은 그렇게 요약된다. 나는 서양화가지만 '전통성 회복'에 관심을 기울였다. 외국 교환 교수 시절 한국 정서로 승부를 걸지 않으면 서양화가로서 입지가 줄어들 수 밖에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진부한 말 같지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의 고향은 이북이다. 산과 들의 색채가 선명한 땅이었다고 기억한다. 다시는 못 밟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인 지 늘 그립다. 내 그림에 푸른색 이 많이 쓰이는 것도 때로는 그립고 때로는 슬픈 나의 정서가 반영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자화상을 많이 그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작품 곳곳에 청년기, 중·장년기 나의 모습이 담겼다. 청년기에는 무엇이라도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혈기왕성한 청운(靑雲)의 꿈을 꾸었다. 하지만 중·장년기로 접어드니 마치 내가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다. 이 자화상은 그런 나의 모습을 재구성한 것이다.
나의 작업실은 구이면 백여리에 있다. 남들이 오면 절간 같다고들 한다. 작업실에 앉아 붓을 들고 있으면 그림쟁이는 또다른 구도자가 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텅빈 충만'을 배워가는 중이다.
▲ 서양화가 이창규씨는 원광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후 원광대 교수로 지난해 정년하기까지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졌으며, 미술 논문과 미술 서적 출간으로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미술인으로 평가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