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덜랜드행 지동원, 주전 경쟁 '발등의 불'

지동원(20)이 마침내 꿈에 그리던 잉글랜드 축구 무대에 발을 디디게 됐다.

 

한국인 선수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건 2009년 이청용(볼턴)에 이어 8번째.

 

그러나 프리미어리그 진출의 기쁨도 잠시다.

 

당장 7월 초부터 냉혹한 주전 경쟁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 달 독일에서 시작하는 전지훈련에서부터 지동원은 시험대에 오른다.

 

시즌 개막 전에 치르는 수차례의 시범 경기에서 일찌감치 눈도장을 받지 않으면 한참 동안 잉글랜드 무대 적응에 애를 먹을 수 있다.

 

선덜랜드는 올 시즌 정규리그 10위에 머물렀으나 시즌 초반 볼턴과 함께 돌풍을 일으키며 줄곧 상위권을 맴돈 팀이다.

 

지난 7일 한국과 A매치 평가전을 치른 가나 대표팀의 아사모아 기안(26)과 설리 문타리(27)가 올 시즌 함께 한솥밥을 먹은 곳이기도 하다.

 

미드필더 문타리는 다음 시즌부터 친정팀 인터 밀란(이탈리아)에 복귀할 예정인 가운데 최전방 스트라이커인 기안이 지동원의 가장 유력한 경쟁상대로 꼽힌다.

 

프랑스 렌에서 뛰다 2010-2011시즌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기안은 31경기에 출전해 10골을 넣는 득점 감각을 뽐내며 주전 공격수 자리를 꿰찼다.

 

흑인 특유의 탄력과 유연성을 앞세운 그는 좌우 측면 어느 위치에서든 득점이 가능한 전천후 스트라이커로, '새내기' 지동원이 경쟁을 벌이기엔 분명 부담스런 존재다.

 

게다가 지난 시즌 리버풀에서 뛰던 다비드 은곡(22·프랑스)마저 선덜랜드에 합류할 예정이라 지동원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지동원이 아무리 섀도 스트라이커로서 연계 플레이에 능하다고 해도 이들과 포지션이 겹치는 이상 주전 명단 안에 비집고 들어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기안과 은곡은 물론 잠시 주춤했던 프레이저 캠벨까지 선덜랜드의 공격수는 넘쳐난다"며 "지동원이 여름 전지훈련에서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동원의 선덜랜드 이적설이 불거지자 영국의 한 매체는 지동원에겐 백업 자리밖에 없을 것이라고 못박는 등 현지 언론도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시즌 도중 '주포' 대런 벤트를 아스톤 빌라에 넘겨주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선덜랜드는 '즉시 전력감'을 필요로 한다는 분석이 대다수를 이뤘다.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K리그 등에서 강행군을 펼친 지동원이 휴식기간 없이 바로 돌입하는 프리 시즌에서 제 모습을 보이기란 힘들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의 말처럼 체력만 조금 더 보완한다면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스티브 브루스 감독의 부임 이후 선덜랜드는 힘을 앞세운 잉글랜드식 '킥 앤 러시' 축구를 버리고 세밀한 패스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지동원은 힘보다는 기술이 뛰어난 데다 조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서 줄곧 세밀한 축구를 연마한 터라 브루스 감독식 선덜랜드 축구에 무난히 적응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브루스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활약한 지동원을 보고 직접 구단에 영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기간도 2014년까지 늘려놓은 터라 사령탑 교체로 인한 '토사구팽'의 가능성도 작아 보인다.

 

팀 전력이 중상위권인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읽힌다.

 

하위권 팀들은 보통 성적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신인 선수에 대한 인내심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서 해설위원은 "선덜랜드는 앞으로도 원톱 공격 진영을 주로 펼칠 것"이라며 "지동원이 치열한 경쟁을 뚫어낸다면 대표팀에서처럼 측면 날개나 세컨 스트라이커로 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갓 스무살에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이뤄낸 지동원에겐 험난한 주전 경쟁이 예고돼 있다.

 

지동원이 가시밭길 같은 생존경쟁을 이겨내고 당당히 8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성공을 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