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몸에 대한 성찰, 가슴으로 새기다

윤리나 美 밀워키 예술대 교수 개인전

윤리나 미국 밀워키예술대 교수(47)는 온몸으로 부대껴 판화를 찍는다. 그는 딱딱한 장르로 여겼던 판화를 따뜻하고 섬세하며 아련한 정서를 담는 그릇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번 개인전'Earth body'은 여러 모로 의미가 깊다. 전주에서는 처음 갖는 전시인 데다 지난 10여 년간 작업해 온 '몸'에 대한 성찰을 새로운 기법으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나는 절반은 동양인, 절반은 서양인입니다. 외국인으로 29년을 살아온 나에겐 '몸'은 집도 되고, 가족도 되지요. 어린 아이에 뿌리와 떨어져 지내온 나의 정체성이 담겨 있다고 보면 될 겁니다."

 

출품작 37점 중 10여 점은 이전 작업, 나머지 20여 점은 올해 겨울 전주를 방문한 이후 제작된 것들이다. 다양한 기술과 접목될 수 있는 판화의 특성을 충분히 살렸다. 일단, 자신의 몸을 디지털 사진을 찍고, 잉크젯 프린터 필름으로 만들어 긁고 그린다. 다음에 필름으로 만들어 판에 찍어 인화한 뒤 소다를 넣어 부식시킨 뒤 잉크로 찍어내는 작업.

 

전시회 표제작인 'Earth body'에는 앉아서 웅크리고 있는 '나'가 등장한다. 어떤 식물에 휘감겨 있는 '나'는 외부와 내부의 갈등, 변화 등을 보여주는듯 하다. 지난번 전주 방문에서 한지공예를 배운 그는 이번에 종이를 꼬아 판화와 접목시키기도 했다.

 

"시리즈를 할 때 마다 늘 기법이 많이 변해요. 배운다는 느낌으로 하니까요. 지승공예와 판화를 접목시킨 건 처음이지만, 돌아가면 또 다르게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이번 자리가 처음이자 마지막 전시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며 "어머니(목원 임섭수)와 전시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군산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서던메소디스트대와 워턴대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했다.

 

▲ 윤리나 판화전'Earth body'= 5~17일 전주 교동아트스튜디오. 개막식 5일 오후 5시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