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주 사진전 '空傷' 11일까지 전북예술회관

찰칵! 시골 폐교의 아련한 추억

부안 보림초 부림분교 (desk@jjan.kr)

옛날에는 교실이 부족해 마을회관을 빌려 사용했다. 여러 마을 아이들이 한 학교를 다니곤 했다. 가을 운동회는 학교의 가장 큰 행사. 운동장에는 국밥집, 막걸리집, 엿장수, 사탕장수들이 장날처럼 늘어섰다. 운동장에 묶어둔 새끼줄에는 학부모들이 쌈짓돈 꺼내 지폐를 꽂았다. 그 돈으로 학교 물건도 사고, 행사도 치렀다. 하지만 이같은 유년 시절을 추억하는 학교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사진작가 서영주(39·전주 서일초 교사)씨가 문 닫는 학교를 앵글에 담아 첫 사진전'空傷'을 열고 있다. 폐허가 되다시피 한 학교에서 남겨진 동상에 주목한 그는 "어디에나 있지만, 텅 빈 곳에 남은 근대의 동상을 기록하고 싶었다"고 했다.

 

남원 주천남초 (desk@jjan.kr)

"공산당과 간첩이 호랑이보다 무섭던 시절, '반공방첩'이라고 적힌 연탄공장 담벼락과 축구공을 주고 받으며 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현재 폐교에 남아있는 이승복 동상이나 이순신 동상은 반공의 상징이거나 충효와 애국심의 상징이었죠. 이같은 기억을 망각하는 건 정체성을 잃는 것이나 똑같다고 봤습니다."

 

진안 좌산초 (desk@jjan.kr)

 

'못 먹고 못 입던' 시절 동물원에 얼씬도 못했던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사자·기린 등 동물 동상을 담은 사진까지 총 21점을 선보였다. 그는 "'학교가 무엇인가'에 관한 의미와 역할에 대한 질문은 계속돼야 한다"며 "앞으로도 폐교의 동상들을 새로운 접근으로 찍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북대 미술교육과와 홍익대 미술사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뒤 12년 간 초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 서영주 사진전'空傷' = 5~11일 전북예술회관 6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