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가 떴다! 붉은 주단을 깔고 횃불을 훤히 밝혀라!"
일본 에도 시대(1603~1867)에는 조선통신사가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일본 열도가 비상이 됐다. 통신사 접대에 있어서 삼불(三不) 원칙이 있었다. 실패, 실례, 사고. 단순 외교사절단이 아니라 한류의 원조라 할 만한 조선통신사는 당시 쇄국정책을 펴던 일본 주민들에게 이국 문물의 전령이자 일생일대의 볼거리였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곽동석)이 일본 에도시대(1603~1867)를 조명하는 특별전'평화와 번영 : 에도시대 이시카와 문화전'을 연다. 일본 이시카와현립역사박물관과 자매 협정을 맺은 지 20주년을 맞은 국립전주박물관이 거대 문화 사절단 역할을 해온 조선통신사의 문화사적 의미를 이어받아 국내에서 처음으로 여는 교류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전시는 네 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평화와 번영의 시대(1부)'는 '백만 석의 영지'라 불리던 풍요의 땅에서 발전을 이룬 이시카와현의 영주'마에다 가문'의 통치 아래 이룬 사회구조와 생활상을 엿보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총 12폭에 그려진 '가나자와성하도병풍'에서는 시장과 강가에서 고기 잡는 민초들의 모습을 통해 당시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다.
'기술과 문화로 소통하다(2부)'에는 일찍이 한류의 씨앗을 뿌린 조선통신사들의 교류와 서양의 앞선 과학을 받아들여 정교한 기술로 승화시킨 이시카와 사람들의 유산 등이 소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 조선통신사를 수행했던 화원이 부산에서 에도에 이르는 노정을 담은 '사로승구도'와 통신사 일행이 탄 배가 조선 국왕의 국서를 받들고 오사카를 지나는 '국서누선도' 등도 전시 돼 이해를 돕는다.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 톱니바퀴 기술을 차용한 인형'가라쿠리'도 선보인다.
매년 7월부터 9월까지 축제로 뜨거워지는 이시카와현에는 야마보쿠라는 등불을 밝혀지고, 거리에선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이 북적인다. '축제를 즐기다(3부)'에선 이들의 풍류가 담긴 축제와 신앙, 제례 등을 만난다.
'전통의 미를 이어가다(4부)'는 공예의 도시 가나자와의 화려한 금박 공예와 와지마의 옻칠공예, 염색공예 가가유젠과 조우하는 자리. 이시카와 출신이거나 가노단유와 같이 이곳에서 활동한 화가들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전북일보가 후원하는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하우봉 전북대 교수의 '근세 가가번과 조선의 문화교류(22일)'의 특별 강연과 함께 관람객들을 위해 이시카와의 전통 금박 체험하기, 에도시대 의상 입어보기, 관람객과 함께 만드는 합동 작품 제작 등이 이어진다.
△ 국립전주박물관, 일본 자매관 교류 20주년 특별전 '평화와 번영 : 에도시대 이시카와 문화전' = 18일~11월27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