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5일 정읍에서 열린 한 경기(대구 A초-서울 B초)에서 승부조작이 의심되는 비정상적 플레이가 다수 목격됨에 따라 사실 관계를 확인키로 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협회 직원 세 명이 해당 경기를 직접 봤으며, 정황이 담긴 구체적 자료를 모아 보고했다"며 "18일 또는 19일중 징계위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당시 경기 현장에 있던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승부조작이 확연히 의심되는 경기라고 판단, 그 자리에서 두 팀 지도자를 불러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것임을 고지했다.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당시 현장 분위기를 재현하면 승부조작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전국초등축구 왕중왕전 64강전에서 대구 A팀과 서울 B팀은 후반 막판까지 0-0으로 비긴 상태였다.
팽팽하던 경기는 종료 직전 서울팀이 한골을 얻으며 승리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어이없는 장면이 연출됐다.
서울 B팀의 골키퍼가 상대에게 볼을 던져주다시피하며 한 점을 내준 것이다.
두 팀은 1-1 무승부를 기록, 결국 승부차기끝에 서울 B 초등학교가 대구 A초등학교를 3-2로 이겼다.
승부차기에서도 석연치 않은 장면이 나타났다.
키커가 어이없는 실축을 하거나, 골키퍼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넘어진 것이다.
어쨋든 이 경기 결과 대구 A초는 탈락했고, 서울 B초는 32강에 진출했으나 다음 경기에서 패해 결국 탈락하고 말았다.
그러면 8강, 4강전도 아닌 64강 예선에서 왜 승부조작 주장이 제기되는 것일까.
올 한해를 결산하는 이번 대회의 결과에 따라 내년 소년체전 출전권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이번 대회에 출전한 팀은 모두 3곳.
이중 다른 두 팀이 이미 1회전 탈락을 했기 때문에 대구 A초는 무승부만 해도 소년체전 출전권을 따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축구에서 승부차기에 의한 패배는 공식 기록상 '무승부'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비기려는 유혹이 컸을 것이란 분석이다.
서울 B초등학교 입장에서도 상대가"승부차기에서 져줄테니 본경기 무승부만 해달라"고 제의했을때 이를 뿌리치긴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축구인들은 "가뜩이나 프로축구 선수들의 승부조작 파문으로 뒤숭숭한 가운데 아마축구의 뿌리인 초등학교에서도 승부조작이 있었다면 이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엄중한 조사를 강력 촉구했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징계위의 결과가 나오는대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