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꽃 피는' 시기는 다르지만 그는 일찍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롱티보 콩쿠르(우승·2001), 쇼팽 콩쿠르(2위 없는 3위·2005), 차이코프스키 콩쿠르(1위 없는 공동 4위·2007) 등에서 입상하면서 스타 반열에 올랐다가 잠시 주춤하면서 첫 마음으로 되돌아온 자리.
쇼팽 국제 콩쿠르 수상을 계기로 '쇼팽 스페셜리스트'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으나 자신의 음악적 영토가 갇히게 될까봐 한 때 멀리했다. "내가 절대 못 할 작품이라는 말이 가장 싫다" 며 스승인 에마누엘 액스와 베토벤을 주제로 '피아노 배틀'도 시도했을 만큼 당차고,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2003). 차이코프스키 콩쿠르(2007)에서 "심사가 불공정하다"며 수상을 거부했을 정도로 자부심도 강하다.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추천으로 10대 연주자로는 드물게 EMI 클래식에서 '쇼팽·슈베르트·라벨' 첫 앨범을 낸 그는 데뷔 앨범으로 '황금 디아파종 상'(2002), 두 번째 음반 '쇼팽 리사이틀'로 프랑스의 '쇼크 상'(2004)을 받았다. 데뷔 10주년을 맞아 EMI 클래식에서 발매한 3장의 음반을 한데 모은 특별기획 앨범까지 냈다. 앞서 발매한 두 장의 앨범에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2008)이 담겼다.
이번 연주회에서 러시아 색채가 가득한 라흐마니노프의 '프렐류드'와 '피아노 소나타 2번'으로 채운 건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다. 어린 시절 러시아에서 겪은 지독한 외로움과 싸우면서 라흐마니노프를 뜨겁게 두드렸다. 젊음의 영감으로 빛나는 라흐마니노프를 만날 수 있게 될 듯.
한 때는 부담스러웠으나 "여전히 평생 함께 가고 싶은 작곡가"로 쇼팽을 꼽는 그는 쇼팽의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와 '피아노 소나타 3번'도 준비했다. 그 누가 임동혁 만큼 쇼팽을 표현할 수 있을까. 그간 연주에서 모든 감정을 쏟아내며 울부짖는 쇼팽을 만나볼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때로는 강건하게, 때로는 나직히 읊조리는 쇼팽의 초상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