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
서양화가 신 철(59)이 추구하는 감성은 '착함'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순수함과 편안함을 선물하는 흙·풀·물·하늘 같은 자연과 인물들이 행복을 선물한다. 그래서 그는 행복을 그리는 화가다.
'착한' 그림의 오랜 주제는 '기억 풀이'. 유년 시절 고향인 전남 청산도의 자연을 배경으로 한 풍광과 60~70년대 단발머리 소녀들을 둘러싼 '기억'을 붓끝으로 옮겨놓았다. "오라버니가 됐든, 동생이 됐든 남성들을 뒷바라지해온 60~70년대 소녀들을 담았다"는 그는 "다소 촌스럽고 못난 것 같아 보여도 보고 있으면 맑아지는 그런 소녀들"이라고 소개했다.
'기억풀이' 연작에서 단발머리 소녀들을 그리게 된 것은 2005년부터. 비구상을 그려오던 그가 매너리즘에 빠지면서 마음 속에 오래 담아두었던 그때 그 시절 누이들을 불러들였다. "헌신하면서 살아온 데 대해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묵묵히 자족할 수 있었던 시절이 그립기 때문"일 것이다.
'기억풀이 - 봄맞이'에 등장하는 가방을 들고 수줍게 웃고 서있는 소녀를 보면 봄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이 아지랑이처럼 꼼지락거린다. 300호 짜리 '기억풀이 - 행복'은 붉은 저고리 빛깔로 피어나는 나무 아래 자전거를 즐기는 한 소녀를 보노라면 괜히 따라웃고 싶다. 행복해서 웃는지 웃어서 행복한 건지 따지지 않고 싶어 좋다.
그가 욕심껏 기억풀이를 했던 시절, 원광대 시절 학보사 친구인 소설가 양귀자씨는 그를 두고 "행복한 사람이며, 그가 누리는 행복을 질투한다"라고까지 했었다. 그의 '기억'은 "과거에 대한 단순한 추억이 아닌, 현재를 되짚고 미래를 고민해 다른 모습으로 표현한 것들"이라는 점에서 양귀자씨가 질투하는 행복은 늘 현재 진행형이다.
원광대 미술과, 홍익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현재 경기도 양평군에 작업실이 있다. 대학 시절 전주를 오간 기억 때문에 막연한 그리움이 늘 존재해왔다는 그는 전주에서 첫 봄날의 외출을 반가워하며 '착하게' 웃었다.
△ 신철 초대전 '기억풀이-봄날의 외출' = 3월8일~5월9일 임실군 운암면 오스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