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문화재단 '신예작가초대전' 가보니]장르 벽 없어지고 주제 다양

어려운 여건 속 실험정신 눈길 / 기존 표현방식 차용 등 한계도

▲ 지난달 28일 전주 우진문화공간에서 '제22회 신예작가초대전'이 개막한 가운데,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찾아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전북 미술계를 이끌어갈 젊은 작가들의 '제22회 신예작가초대전'이 지난달 28일 전주 우진문화공간에서 열렸다. 최근 순수미술 지망생이 줄어들고 대학의 미술학과가 존폐위기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감각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의 열정이 한자리에 모인 것.

 

이날 전시장에는 한국화 이길빈(군산대) 손혜원(원광대) 최윤진(전북대) 서양화 최우수(군산대) 박진영(원광대) 김연경(전북대) 박고은(전주대) 조각 박창은(전북대) 환경조각 조은선(원광대) 한지조형공예 문수인(예원예술대)씨 등 10명 작가의'생생한 감각'이 살아 있는 작품을 보기 위해 100여 명의 관람객들이 방문했다.

 

젊은 작가들을 추천한 김수자(원광대 서양화과 교수), 이철량(전북대 미술학과 교수), 고석인(군산대 미술학과 교수), 이철규(예원예술대 한지조형학과 교수), 이광철(전북대 미술학과 조교수) 등 교수진과 함께 지역 미술계 인사들도 참석해 유망주들의 성장 가능성에 기대감을 높였다.

 

김선희 우진문화재단 운영실장은 "신예들과 같이 지역 미술을 이끌어가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전시가 어느덧 22년을 맞았다"며 "매해 첫 전시를 신예작가와 함께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이를 통해 신진작가들의 작업 경향이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조은영 원광대 교수는 "이 전시가 이렇게 오래 지속될지 예상 못했지만 젊은이들의 열정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예전에는 장르 구분이 뚜렷했지만 갈수록 경계가 없어지고 주제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전시의 의의를 설명했다.

 

하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미술계 현실에서 젊은 작가들이 작업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지역미술가는 "젊은 작가들 대부분이 경제적 문제 등으로 작업을 중도에 포기하는게 현실이지만 이들의 작업 동력을 이끌어 낼만한 묘안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또 전시된 작품들의 성향이 유명한 작가들의 방식을 차용하거나 리메이크 한 작품도 있다는 점에서 젊은 작가들이 지닌 한계를 지적하는 이도 있었다.

▲ 김연경 作 '물과기름'.
▲ 김연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눈에 띄는 유망주들의 작품이 눈길을 끌었고 이들은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출품작가 중 김연경씨는 끝없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표현방식을 시도해 온 실험정신으로 관심을 샀다. '물과 기름'을 출품한 그의 테마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금속·사진을 활용한 설치, 드로잉 연작 등을 통해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해온 그는 다시 서양화로 돌아와 관계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심리·물리적 충돌 상황에서도 인간이 유기적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 박진영 作 'Humanism'.
▲ 박진영

인간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이어온 박진영씨는 '휴머니즘'을 통해 인간의 몸이 테두리 안에서 묶여 있어 억압을 당하고 이를 해방시키는 이중 해석이 가능한 작품을 내놨다. 김수자 원광대 교수의 평처럼 작가는 무수히 많은 선과 선을 교차시켜 해체를 통해 해방의 휴머니즘을 강조하고 있다. 작업에 대한 그의 집중력과 꾸준한 노력으로 완성된 이런 교차와 겹침은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 있어 그의 작업 연속성도 기대해 볼만 하다.

 

지난 1992년 시작해 지금까지 200여명의 젊은 작가들을 초대한 이번 전시는 13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