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문화전당, 후원금 끊겼다고 청소년교향악단 해체 수순 밟나

年 3000만원 운영비 때문에 '나몰라라' / 상임지휘자 재계약 3개월째 수수방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의 청소년교향악단이 뜬금없이 '해체냐 재정비냐' 갈림길에 놓였다. 교향악단의 운영비를 부담해주던 후원회가 지난해 지원을 중단하자 소리전당이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비를 부담해오다 재검토를 선언하면서 빚어졌다.

 

이로 인해 지난 6년 간 청소년교향악단을 이끌어온 상임지휘자 김종헌씨는 3개월 째 재위촉이 미뤄진 데다, 연습 재개를 앞두고 있는 단원 75명은 소리전당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소리전당은 교향악단 재정비를 운운하며 내부 검토 중이라고만 할 뿐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어 해체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정권엽 소리전당 경영지원기획실장은 "당초 후원회가 기획공연·해외 교류 연주회 비용과 장학금을 포함해 거의 매년 2000~3000만원을 지원했다"면서 "하지만 후원회 운영진이 바뀌면서 관심이 소홀해졌고 당초 모임 취지와 달라 결별 수순을 밟았다"고 말했다.

 

2002년 '유스 오케스트라'로 조직됐다가 2004년 이름을 바꾼 청소년교향악단은 13세 이상 23세 미만의 청소년·대학생들로 구성, 매년 4~5회 기획연주회는 물론 해외 교류 연주회를 이어오며 탄탄한 기량을 자랑해온 단체.

 

학업 문제로 들쑥날쑥하는 중·고등학생들이 10명 안팎에 그치고 대학생들 위주로 꾸려지면서 청소년교향악단이 당초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도내 대학교 음악과 재학생들이 점점 줄고 있어 오케스트라를 조직할 수 없는 상황인 데다 이들이 전문단체로 입단하기 전 오케스트라 경험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컸다.

 

상임지휘자 김종헌씨는 "다른 지역의 경우 대학 졸업생들이 더 큰 오케스트라에서 두루 경험한 뒤 실력을 갖춰 시립교향악단 등에 입단한다. 청소년교향악단이 없어진다면, 도내 재학생들의 기량은 하향 평준화되고 졸업하더라도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일각에선 한 때 청소년교향악단을 활성화 해달라고 주문하던 소리전당이 정작 규모를 키워가며 내실을 다지자 3000만원 안팎의 운영비 때문에 나몰라라 하는 상황을 두고 "예산은 핑계고 정작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냐"고 질타하고 있다.

 

그러나 소리전당은 도의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소년교향악단이 결성될 때 기본 전제가 후원회 지원이었다고 강조하면서 지난해 새로운 후원회 발굴을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쏟았으나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인권 대표는 소리전당에 쏟아질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청소년교향악단은 해체가 아닌 재정비를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으나 사실상 후원회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활동 재개 여부는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