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양화가 황재형씨
"시대가 진실을 감추면 이것을 밝히는 게 예술가의 임무다."
황재형 작가가 던진 첫 마디는 강렬했다. 탄광촌에서 직접 일을 하며 노동자들의 삶을 기록한 그는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 보내온 순간순간을 들려줬다.
"광부의 실상을 알려면 그들과 함께 생활해야 진심이 묻어난다"며 광부가 된 배경을 설명한 그는 탄광촌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하루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탄가루가 폐속으로 스며드는 고통을 참아가며 수만 번의 삽질을 반복했다"라며 "흰 쌀밥에 탄가루가 떨어져 검게 변했는데도 살기 위해 먹어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3년간 3억을 모은 한 광부가 있었는데 직업 때문에 자신의 딸이 왕따를 당하자 독기를 품고 돈을 모았다"라고 말했다. 이런 탄광의 비참한 생활들은 그의 화폭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비참함보다는 휴머니티가 더 눈에 띈다. 그가 처음 바라본 것은 어둠이었지만 탄광촌 생활을 통해 그곳의 사람들을 보기 시작했기 때문.
그는 "아내에게 탄광촌에 들어가자고 했을 때 반대가 심했지만 사람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려고 노력하자 서서히 적응해 갔다. 그리고 그들과 살을 맞대고 살아가며 열악한 현실이지만 희망을 볼 수 있었다"라며 작품을 설명했다.
공재 윤두서의 영향을 받은 그는 작품에서 정면성을 강조했다.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관객을 향해 보내는 강렬한 시선은 그가 추구하는 진실을 대신 말해준다.
진보적인 작업을 하던 그는 "탄광촌 사람들만 그리다 보니 당시 보안대에 끌려가 사상검증을 받았다. 당시 매도 많이 맞고 협박도 당했지만 작업을 포기할 수 없었다"라고 말해 분위기를 숙연케 했다.
그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작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변 사람들이 많이 도와줬기 때문이다. 전북지역도 좋은 작가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예술가 주변 사람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며 실천하는 예술가를 키울 것을 강조했다.